방탄소년단 노래를 즐겨 부르던 24살 청년 김용균씨가 산재 사고로 숨졌다. 김씨는 태안화력발전소 설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에 지난 9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김씨는 생애 첫 직장에서 11일 밤샘 일을 하다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김씨는 전날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30분까지 발전소 내부를 혼자 순찰하는 일을 맡았다.

숨진 김씨는 두 달 전 ‘비정규직 그만 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대화’에 참가신청하는 인증샷을 찍었다. 김씨가 두 달 전 현장에서 안전모와 작업복을 입은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는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은 12일자 9개 중앙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 서울신문이 1면에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나머지 6개 신문의 지면에선 어디에도 없었다.

▲ 한겨레·경향·서울신문이 12일자 지면 1면에 일제히 보도한 태안화력발전 하청노동자 김용균(24)씨 사진
▲ 한겨레·경향·서울신문이 12일자 지면 1면에 일제히 보도한 태안화력발전 하청노동자 김용균(24)씨 사진

한겨레·경향·서울신문 20대 하청 사망 1면 보도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김씨 사망소식을 전하며 ‘또 비정규직…꽃같은 청년이 스러졌습니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한겨레는 김씨의 인증샷 사진도 1면에 실었다.
▲ 한겨레 12일자 1면
▲ 한겨레 12일자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24살 청년은 방탄소년단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소개했다. 365일 쉬지않고 돌아가는 화력발전소에서 김씨는 동료 11명과 함께 1일 4조 2교대로 일했다.

한겨레는 1면에 이어 3면에서 김씨 소식을 전하며 ‘죽음의 외주화…고수익 좇는 사모투자 회사에 안전 맡겼다’는 제목을 달았다. 김씨가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는 한전 산하 서부발전 소속으로 발전소 운전과 정비가 민영화된 중소기업들이 담당해왔다. 김씨를 고용한 태안화력발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은 애초 공기업이었으나 2014년 칼리스타파워시너지라는 사모투자 회사가 지분 52.4%를 보유하고 있다. 한겨레는 이런 사모투자 회사에 발전소 안전을 내맡긴 ‘위험의 외주화’가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2일자 3면
▲ 한겨레 12일자 3면

경향신문도 12일자 1면에 숨진 김씨의 인증샷 사진을 실은데 이어 10면에 ‘또 외주화… 24살 노동자의 삶을 앗아갔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김씨 사망사고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전날 오전 11시에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 9개 중앙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현장에 가서 사진을 직접 찍었다. 이상훈 선임기자가 찍은 현장사진에는 동료의 죽음을 전하며 울먹이는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대표 이태성씨의 옆모습이 담겼다.

▲ 경향신문 12일자 10면
▲ 경향신문 12일자 10면

서울신문도 이날 1면에 숨진 김씨 사진을 싣고 12면에 ‘나홀로 밤샘 작업 참변… 파견직 용균씨 곁엔 아무도 없었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사고 경위를 상세히 전했다.

나머지 6개 중앙일간지 지면엔 숨진 김용균씨 관련 어떤 기사도 없다. 조선일보는 1면과 3면에 걸쳐 최저임금이 올라서 공장이 문을 닫는다는 ‘기승전-최저임금’ 보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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