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원인을 다룬 보도를 놓고 KBS와 SBS가 재격돌했다.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지난달 25일에 이어 지난 9일 SBS의 중국발 미세먼지 보도를 비판했다. 

KBS는 지난 1월5일자 SBS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지 추적하니…모두 중국발”이란 리포트를 문제 삼았는데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 탓이라고만 보기 어려운데도 제목에서 ‘중국발’로 단정했다는 게 KBS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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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한 이정훈 KBS 기자의 주장은 이렇다. SBS의 해당 리포트는 서울시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인데 이 보고서를 보면 고농도 미세먼지라 하더라도 모두 중국 영향만 있지 않으며 바람이 중국에서 시작했더라도 서해나 국내에서도 오염물질이 섞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훈 기자는 지난 9일 방송에서도 “이 보고서엔 ‘중국에서 유입되는 게 확인됐다’ 정도 수준이지 ‘(중국과 국내 중) 어느 부분이 더 크다’고 얘기하지 않았다”며 SBS 보도를 비판했다.

▲ 9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갈무리
▲ 9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갈무리

특히 이 기자는 SBS 기사제목을 문제 삼았다. 이 기자는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도 “중국발 기여분은 70% 내외일 뿐 모두가 아니”라며 “제목을 뽑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생략을 했거나 사실 이 부분은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제목을 축약해서 달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부분, 일종의 낚시성 제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정구희 SBS 기자는 지난 10일 취재파일에서 KBS의 주장을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반박했다. 정 기자는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100%가 아닌데 ‘중국발’로 제목을 달면 안 된다는 게 KBS의 주장”이라며 “SBS가 중국발이라고 보도한 KBS 1월2일 보도를 보자”고 했다. 

KBS는 이날 “중국발 스모그 ‘비상’…미세먼지 평소의 4배”란 리포트에서 중국발 스모그 영향으로 국내 미세먼지가 4배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KBS 역시 제목에 중국발이라고만 했지 국내영향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 기자는 KBS가 SBS에 ‘제목장사’했다고 비판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달 9일 KBS는 “주말 내내 스모그…답 없는 ‘국적불명 미세먼지’” “주말 짙은 스모그…‘국적 불명’ 미세먼지도 상당량” 등의 리포트를 했다. 제목을 보면 ‘국적불명’ 미세먼지가 큰 문제라고 볼 만하지만 기사 본문을 보면 국적불명 미세먼지는 전체의 20%다. 

정 기자는 “반대로 말하면 국적이 파악된 미세먼지가 80%”라며 “이정훈 기자의 논리대로라면 올바른 제목은 ‘미세먼지 80%는 국적 파악’ ‘미세먼지 20%는 국적 불명’ 정도”라고 주장했다.

▲ 9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갈무리
▲ 9일자 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갈무리

이정훈 KBS 기자는 미세먼지가 모두 중국탓이라고 공포감을 키워선 안 된다는 지적도 했다. 저널리즘토크쇼J에서도 “‘중국탓’이라는 건 사람들에게 공포감만 주고 희망을 줄 수 없는 보도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가 SBS 기사를 비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SBS는 KBS 역시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의 지난달 7일자 기사 제목은 “중국발 미세먼지 예상보다 ‘심각’…태평양의 10배”였다. 정 기자는 “KBS 해당 기자 스스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써놓고 한달 뒤 방송에 나와서는 ‘중국탓하는 언론이 문제’라고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는 연일 SBS의 지난 1월 5일 보도된 중국발 미세먼지 기사를 문제삼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해당 보도에는 문제가 없다”며 “유체이탈 화법으로 반성없이 타사 기사만 곱씹고 있는데 여전히 SBS 미세먼지 보도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비평을 그대로 KBS 미세먼지 보도에도 적용하고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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