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씨는 방송인 낸시랭을 친노종북이라고 했다가 2심에서 4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을 종북·매국노라 했다가 2심에서 400만원 배상판결을 받았고,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명예를 훼손해 1심에서 징역6개월 집행유예1년을 선고받았다. 포털사이트 다음까지 친노종북이라 부르다가 1심에서 게시물 200여개 삭제와 2000만원 손해배상판결을 받았다. 변씨를 ‘또라이’라고 말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변희재씨는 상습 ‘명예훼손 유발자’였다. 돌이켜보면 변씨의 공격대상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인사와 자주 겹쳤다. 그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종북 주사파라고 했다가 2심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방송인 김미화씨에게 친노종북이라고 했다가 1심에서 8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배우 문성근씨가 2013년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며 분신한 이아무개씨 사건을 사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가 1심에서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당시 분신 사건이 친노종북의 조직적 행동이라고 했다가 1심에서 유족들에게 위자료 600만원 지급 판결을 받았다.

변씨는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도 집요하게 공격했다. 주로 온라인에 머물던 그의 동선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했고, 그는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하며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주술로, 탄핵의 스모킹건이었던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조작됐고, JTBC가 조작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변씨는 태블릿PC조작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이 돼 “태블릿PC조작을 보도하지 않는 무식한 기자들 때문에 손석희가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석희 사장은 길거리에서 자신의 화형식을 지켜봐야 했다.

▲ 변희재씨. ⓒ연합뉴스
▲ 변희재씨. ⓒ연합뉴스
변씨의 프레임은 “한국 언론을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극존칭이다”라고 주장한 조갑제씨와 같은 극우인사들 주장과 결합돼 “언론의 조작·왜곡보도로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신화 같은 서사를 형성했으며, 이는 ‘신의 한 수’, ‘정규재TV’, ‘참깨방송’ 같은 극우보수 유튜브채널의 활성화와 ‘가짜뉴스’란 이름의 허위정보 확산으로 이어졌다.

‘친노종북’. 많은 사람들이 변희재씨를 무시했지만 그가 주도했던 프레임에 휩쓸렸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기점으로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이 설계하고 변희재씨가 유포했던 친노종북 프레임은 한 때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관통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친노종북은 일종의 ‘변형된 인종주의’(박권일)로, 한국사회 공론장을 퇴행시켰으며 지난 9년간 블랙리스트 판단기준으로 기능했다. 그 무기의 설계자는 여론을 장악하려는 국가권력이었고, 변희재씨는 그 ‘스피커’ 중 한 명이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MB국정원은 2009년 초 미디어워치 창간부터 재원마련 관련 조언해 주거나, 측면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MB국정원은 삼성 등 26개 민간기업 및 한전 등 10개 공공기관에 광고지원요청을 지시했고 미디어워치는 2009년 4월부터 2013년 2월까지 2년 10개월간 이들로부터 4억여 원의 광고비를 받았다. 국정원이 국정원법을 어기고 국내정치 개입을 위해 조직적 여론조작 공작에 나서며 특정매체를 ‘육성’한 셈이다.

변희재씨는 국민들에게 ‘변형된 인종주의’를 강조하며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혐오와 분노를 유도했다. 변희재씨로 상징되는 ‘국정원발 스피커’들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관제데모를 주도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반대하고 국정교과서 도입에 찬성했으며 박근혜 탄핵 국면에선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프레임을 확산시켰다. 집회→형사고발→인신공격→농성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했다.

변씨는 많은 이들에게 조롱의 대상이었으나, 그가 과거 나치의 선전가 괴벨스를 흉내 내며 공론장에 일정한 ‘타격’을 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대한애국당 정책위원장을 맡으며 ‘손석희의 저주’란 책을 내고 유명세를 탈 때만하더라도, 변씨는 실제로 자신이 한국의 괴벨스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감옥에 갇힌 지금도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을지 모른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청와대(국정원)-전경련(기업)-관제단체(어버이연합 등)로 이어졌던 여론조작 시스템을 구축했던 ‘민주주의의 적’들에 대한 심판이다. 언론의 탈을 쓰고 이명박·박근혜 기관지를 자처했던 ‘스피커들’도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변희재씨의 최후를 모두가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