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에서 복지 예산은 줄고 여야 실세들 지역구 ‘쪽지 예산’이 대폭 늘었다는 언론 비판에도 정작 국회의원과 해당 지역구에선 좋아한다? 전직 국회의원들은 “언론에서 비판하면 홍보가 되니까 더 좋다”고 말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저녁 MBC 라디오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지역구에서는 인기가 많이 올라와 있을 것이고 이런 뉴스는 계속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분들이 생각한다”며 “내 지역구가 아니면 왜 지역구 국회의원들 예산 챙겨가냐고 하지만 내 지역구는 또 다르다”고 술회했다.

정 전 의원은 “언론에서 보도할 때 정부가 미리 짜온 원안을 가지고 비판하면 안 된다. 물론 사전에 입김을 넣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심사하면서 특히 소소위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실세 의원들 지역구에 증액을 한 부분을 언론에서 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0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지난 10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정두원 전 의원은 ‘쪽지 예산’, ‘카톡 예산’을 막기 위해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소소위)를 공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예산결산위원회와 소위원회까지는 공개하는데 소소위는 공개할 수 없어 공개를 안 한다”며 “소소위를 공개하면 이런 무리한 일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규모는 애초 정부가 낸 470조5000억원보다 9000억원 정도 줄어든 469조5752억원이 책정됐는데 실세 의원들이 깎은 예산 상당 부분을 자신들 지역구 예산으로 챙겨간 것으로 드러나 거대 양당이 ‘예산 나눠 먹기’ 타협을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세종시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자금이 정부안(303억원)에서 253억원이나 더 늘었다. 조정식 민주당 예결위 간사(경기 시흥을)도 죽율동 아파트 앞 도로 개선 사업비(10억원)와 시흥 공동형 장사시설 건립(5억원) 등 예산을 늘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서울 강서을)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와 김포공항 부지 내 국립항공박물관 건립·운영 등 예산 568억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 역시 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원 등 58억여원의 실속을 챙겼다.

▲ 지난 10일 저녁 MBC 라디오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정두언(왼쪽)·정청래(오른쪽) 전 의원.
▲ 지난 10일 저녁 MBC 라디오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정두언(왼쪽)·정청래(오른쪽) 전 의원.
한편 정청래 전 의원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는 민주당 대표할 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주장을 안 해 좀 뜬금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리 걸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당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한 거로 생각한다”며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경우는 십여 년간 연동형 비례대표를 주장해서 정의당은 주장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의원을 줄이자고 하면 인기가 높아지나 국회의원 수가 우리는 유권자 17만명당 한 명이고 영국은 5만명당 한 명이어서 우리 국회의원 숫자가 많은 게 아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왕에 칼을 뺐으면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니 야3당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달라고 같이 얘기하고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전 의원도 “이번 기회로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정말 중요한 과제인 선거제 개편에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안 되는 이유 첫 번째로 꼽으면 두 양대 정당이 기득권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 전 의원은 “사회적 욕구들은 다양화하는데 딱 두 정당만 있으니까 싸움만 하고 (민의가) 반영이 잘 안 되므로 다당제가 맞는 것”이라며 “꼭 과반수 안 되더라도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면 된다. 지금 유럽에서는 다 그런 식의 정치가 선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