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았다. 숙명여고 사태가 몇 달 동안 미디어에 오르내렸다. 수능 국어 31번 만유인력 문제를 둘러싸고 학교 국어 선생님은 물론 물리학과 교수까지 나서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기에 이르렀다.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수능 출제위원장까지 나서 ‘사과’까지 했다. 여기에 올해 연말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교육이란 화두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필자는 이 드라마를 보며 디테일에 놀랐지만, 지상파 방송사 위기가 굳어지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온-오프라인에서 교육을 둘러싼 이야기가 뜨겁지만,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이를 정면으로 다루는 걸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MBC ‘PD수첩’이 숙명여고 사태를 다루며 겨우 체면치레만 했을 뿐이다.

피하는 이유는 짐작된다. 일단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몰려올 후폭풍이 감당되지 않기도 하거니와 어느 한쪽의 결론을 내려고 할 경우 이에 대한 부담감이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방송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해결 방안에 대해 고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방송은 한국의 교육이 왜 문제인지 파악하려는 전문가 집단 심층 인터뷰나 사태 파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부족했다. 수능 1교시를 난도가 낮은 한국사로 배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같은 가십성 이야기나 스트레이트 기사로 전했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을 필두로 2022년 대입 제도개편이 결국 현행 유지를 하겠다는 이야기만 전달했을 뿐, 그게 문제가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져버렸다. 2019학년 수능 국어 31번 문제가 ‘불수능’이라고 온라인상에서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지만 왜 난이도를 조절하는 문제가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는 거의 없었다.

수능은 과거보다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학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수능 비중을 20%대로 대폭 축소했다. 수능 비중이 높을 때처럼 학교 공부는 등한시 한 채 학교에서 잠만 자는 학생들이 줄어든 것까지는 좋았지만, 내신을 대비하고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학원들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을 뿐이다. 결국 풍선효과다. 돈이 있다면, 아니 돈이 없어도 돈을 만들어서라도 대치동으로 향하는 게 한국 사회다.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입실을 마친 뒤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입실을 마친 뒤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JTBC ‘스카이캐슬’이 이토록 흡입력이 있는 건 이런 현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을 축소하고 내신을 올리면 사교육 비중이 줄어들까? 안타깝게도 내신을 대비하는 학원들만 더 생기기 마련이다.

대치동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드라마에서처럼 엄마들이 팀을 짜서 선생님을 컨택하고, 학종에 대비한 학원들이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며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수능 국어가 어려워지자 학원가에 국어 학원이 자고 나면 생길 정도라고 한다. 이 업계의 공급이 얼마나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지 보여준다.

드라마를 본 학부모들은 “저게 정말 현실이냐”고 혀를 차기도 하지만, “저거보다 더 한다”며 긍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고발하고 성적 지상주의의 현실을 꼬집으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선 우리 애도 저렇게 시키자, 코디는 어디서 구하나로 귀결되는 게 현실이다. 이제 드라마가 아닌 시사 프로그램에서 문제 파악과 진단, 해결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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