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가 꾸린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0일 저녁 7시께 이날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아무개(57)씨의 유서를 공개하고 오는 20일 대규모 3차 집회를 예고했다.

숨진 최씨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근절’을 촉구하는 취지의 유서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게 썼다. 비대위는 최씨가 국회 정문 앞에서 1인시위하던 한 시민에게 유서를 맡겼다고 전했다.

▲ 전택노련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가 꾸린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들이 10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故 최아무개씨 관련 성명 발표를 앞두고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택노련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가 꾸린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들이 10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故 최아무개씨 관련 성명 발표를 앞두고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0일 밤 공개한 故 최아무개씨 유서 일부. 사진=김예리 기자
▲ ‘불법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0일 밤 공개한 故 최아무개씨 유서 일부. 사진=김예리 기자

최씨의 동료와 전택노련 측은 최씨가 지난달 22일 택시업계가 국회 앞에서 ‘카풀 반대’ 2차 집회 뒤에 “목숨을 바쳐서라도 카풀 서비스 하나는 막겠다”고 주변에 말해왔다고 전했다. 동료 최아무개 전택노련 C기업노조위원장은 “(숨진 최씨는) 택시업에 애착을 가졌고 일도 열심히 했다. 요 근래 카풀 서비스만큼은 막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생계를 위협하는 불법 카풀 영업에 우리 100만 택시 가족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리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열악한 여건 속에서 일하는 우리에게 생계수단인 택시마저 빼앗는다면 이는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카풀 영업을 금지하고, 플랫폼 업체들은 카풀 서비스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 위주로 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이들이 차량을 공유하도록 연결하는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 내 서비스다. 지난 7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17일 정식 개시한다. 요금은 기존 택시 요금의 70~80% 수준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는 자가용 유상 제공·임대·알선을 금지하지만,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유상운송을 허용한다. 카풀 서비스는 이 예외조항을 근거로 한다.

▲ 전국택시노조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택시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 2차 집회에서 대표단이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전국택시노조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택시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 2차 집회에서 대표단이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비대위는 카풀 서비스가 일반화하면 택시업계를 잠식한다며 반대해왔다. 강신표 전택노련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카풀 서비스는 기존 택시 시장을 침해한다. 카풀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 택시업계가 고사한 뒤 더 비싸질 것이다. 서비스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상생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택시운전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 카풀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사납금 제도에서 온다는 견해도 있다. 사납금은 택시회사가 기사에게 차량을 빌려주고 관리하는 명목으로 받는 돈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택시지부 이삼형 정책위원장은 “카풀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온 이유는 난폭운전과 승차거부 등 기존 법인택시의 열악한 서비스에 있다. 나쁜 서비스의 원인은 사납금 구조에 있다”고 했다. 택시업계 어려움을 근본 해결하려면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월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삼형 정책위원장은 “카풀의 위험성은 오히려 사기업이 어떤 자격시험과 국가의 관리도 실시하지 않고 운영한다는 데서 온다. 국가가 개입해 카풀 서비스를 공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아무개 C기업노조 위원장은 숨진 동료 최씨가 내는 사납금이 1일 14만원이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일 나가 보면 1시간에 1만2000원~1만3000원 번다. 10시간 번 돈을 모두 회사에 내고 조금이라도 집에 가져 가려면 15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다. 그래도 한 달에 150만원 집에 가져가기가 빠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낮 2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법인택시 운전기사인 최씨가 자신이 운전하던 택시에서 분신을 시도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와 한국노총 전택노련에 따르면 최씨는 회사 택시를 운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려다 검문소에서 제지당했다. 최씨는 진입로를 빠져나와 정문에서 300여m 떨어진 국회대로 위 택시 운전석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최씨 차량을 따라가던 여의도지구대 순찰대가 곧바로 창문을 깨고 불을 끄고 구급대가 인근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겼지만 최씨는 오후 2시49분께 숨졌다.

최씨는 앞서 오전 김희열 전택노련 한석교통노조 위원장에게 전화해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한다며 분신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김 위원장 신고를 받고 미리 출동했으나 분신을 막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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