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내’ 답방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특정 날짜까지 못 박은 언론보도가 쏟아지지만 청와대는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북측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연내 답방이 무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하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동선 상 경호와 의전, 그리고 숙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위원장 답방은 그 자체로 세계적 메시지가 되기에 돌발 상황이 터지면 후폭풍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 위원장 동선상 위험요소 제거, 접촉 인사와 메시지 조율 등을 따졌을 때 보통 열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경호‧의전 담당자들 판단이다. 이번 주 중 북한이 답을 주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연내 답방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연내 답방에 목을 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부담이다. 청와대가 날짜를 확정 지어놓고 북한과 공동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제주도를 먼저 들른 뒤 서울로 오는 동선까지 확정지었다거나 하는 언론보도에 사실무근이라는 게 청와대 입장이지만 기대치가 한껏 높아지면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김 위원장 연내 답방에 가장 확신에 찬 보도를 내놓은 곳은 세계일보다. 지난 8일자 보도에서 세계일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13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의 방남을 두고 청와대와 경찰 등 관계기관은 7일부터 경호 및 의전 등 문제로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일자로 13일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에 앞서 먼저 제주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12일 북한 고려항공 전용기를 이용해 제주를 찾아 한라산을 둘러보고 13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서울에 온다는 구체적인 동선까지 보도했다. 세계일보 보도를 종합하면 오는 13~14일 김 위원장이 제주와 서울을 오가고 숙소는 평창올림픽 당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묵었던 워커힐 호텔이 유력하다.

▲ 청와대 자료 사진.
▲ 청와대 자료 사진.

이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면서 답방 특정 날짜와 동선을 거론하는 언론 보도에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의겸 대변인은 9일 오후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실이 없으며 서울방문은 여러 상황이 고려돼야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연내 답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한 메시지나 북한의 답이 없어 답답하다는 메시지(임종석 비서실장)와는 달리 연내 답방을 고집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세계일보는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는 이유에도 “북한의 폐쇄적 1인 지도체제를 고려한 보안 유지 차원”이라고 지적하면서 추격전을 계속하고 있다. 청와대는 10일 김정은 위원장 연내 답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 고위 소식통’이 연일 언론에 등장해 김 위원장 연내 답방의 구체적인 정황을 전하는 것도 나쁜 신호다. 어느 때보다 조율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소위 내부정보로 보이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는 건 보안유지 실패로도 볼 수 있다. 정권 3년차로 넘어가는 시점에 정부 고위 소식통이 언론에 전면 등장해 내부에서 논의되는 정보들이 새어나가는 모양새는 결코 좋지 않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가장 큰 고민은 연내 답방이라는 긍정적 이슈가 부정적 이슈로 돌변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이자 남북관계 개선의 역사적 현장으로서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을 연내에 추진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는데 무산되면 청와대의 전략 실패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

돌연 남북관계 이상설도 나올 수 있다. 연내 답방 기대치를 높이는 언론 보도가 이젠 연내 답방 실패로 바뀌고 남북관계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으로 확산될 수 있다. 연내 답방이 무산되면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

김준형 교수(한동대)는 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 위원장 답방이 늦어지는 부정적 요인을 “지금 만나봐야 이번에는 손님을 대접하는 게 아니라 최고 존엄이 내려오는 건데 거기서 뭔가 얻어내지 못하거나 적어도 쫓기는 듯한 게 아니라 정식으로 뭔가를 대접받고 환영받는 분위기를 하지 않을 때 북한이 우리가 얻는 게 뭐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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