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선로를 벗어나는 대형 사고가 지난 8일 아침 일어났다. 승객 198명을 태우고 강원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강릉선 KTX 열차가 출발 5분 만인 아침 7시35분께 탈선했다. 열차 10량이 모두 선로를 이탈했고 2량은 완전히 꺾였다. 승객 15명과 선로작업자 1명 등 총 16명이 다쳤다. 속도가 더 빨랐거나 비탈로 떨어졌다면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 동아일보 1면 갈무리
▲ 동아일보 1면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자체 조사결과 선로전환기의 고장상태를 외부로 알려주는 경보장치 케이블이 서로 엇갈려 연결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상 신호가 사고 지점인 ‘21-B’에서 나타나야 하는데 케이블이 뒤바뀌어 ‘21-A’에서 발생했고, 점검팀은 사고와 무관한 지점만 점검한 뒤 철수했다. 케이블이 뒤바뀐 원인은 애초 부실 시공과 임의 조작으로 좁혀졌다.

문책론이 비등한다. 사고는 강릉선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2월22일 개통한 지 채 1년도 안돼 발생했다. 지난달 20일엔 충북 오송역에서 열차 전기공급이 중단돼 KTX 열차 120여대 운행이 지연됐다. 이에 코레일이 대국민사과와 함께 비상경영에 들어가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재발방지를 지시했다. 이후 3일 만에 다시 사고가 일어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장을 찾아 대국민사과를 한 뒤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 안전관리체계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10일 대다수 아침종합신문이 KTX 사고를 사설로 다뤘다. 그러나 사고 근본 원인에 대한 해석은 갈렸다. 대다수 신문이 인력과 예산 부족을 지적하며 근본 개선책을 요구한 반면 일부 보수신문은 ‘노조 편향 경영’을 꼽았다.

신문들은 철도안전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 공통적으로 짚었다. “최근 3주일 동안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구간에서 무려 10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코레일의 기관차‧전동차 고장 건수는 661건으로 사흘에 한 번 꼴”이라고 했다.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무능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안전관리 강화 추진) 후에도 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면 강화된 철도 안전대책이 허구였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가려내고 행여 인재라면 경영진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책임을 엄중히 묻는 걸로 그칠 일이 아니라며 “철도 안전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실시하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와 다른 신문들도 사고 원인과 관련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 한국일보 5면 갈무리
▲ 한국일보 5면 갈무리

한국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는 문제의 뿌리가 “수익성 추구와 유지보수 부문 축소”에 있다고 봤다.

한국일보는 ‘선로시설(기찻길)은 증가 추세인데 정비 인력과 예산은 줄고 있다’고 짚었다. “차량 유지보수 분야 정비인력의 경우 2015년 정원에 비해 38명이 부족했는데 2016년에는 190명, 지난해에는 205명이나 부족했다. (...) 선로전환기 신호시스템 오류 역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1년 넘게 사고 지점의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무관치 않다.”

한겨레는 “KTX 연이은 사고가 이전 정부들이 공기업 평가 기준을 바꿔 수익성을 앞세운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리해야 할 선로는 계속 늘어나는데 유지보수 인력과 예산을 줄이고 정비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특히 그동안 코레일이 수익성만 추구하며 유지보수 부문을 외주화하고 투자를 축소한 것이 사고를 유발했는지 등 시스템적 측면도 철저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정비 인력 축소와 외주화가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열차 선로가 크게 늘었는데도 유지보수 인력과 예산은 줄고 그 빈틈을 외주 인력이 메꾸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선 지난 정부의 성과주의를 문제 삼기도 한다. 현 정부 출범 후 1년 반이 흐른 시점에서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친노조 경영’이 ‘기강 해이’를 불러왔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코레일은 올해 초 정치인 출신 오영식 사장이 취임한 이래 노조 편향적 경영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잇단 사고 발생도 노사 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근로 기강 해이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번번이 무시됐다”고 했다.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1면에서 “잇따른 철도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토부와 코레일이 본연의 임무인 안전보다는 ‘콩밭’(남북 철도 연결)에 관심을 집중해왔다’고 했다”고 평했다. “인천공항공사 등 다른 공기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갈등을 빚는 동안 코레일은 전대협 의장 출신 오영식 사장과 민노총 산하 철도노조가 뜻을 맞춰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팔면봉에선 “KTX 사고 나자 정치권 일부 ‘안전 업무 외주화 탓.’ 또 정규직 만든다며 ‘세습 잔치’ 벌일까 무섭네”라고도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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