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오늘밤 김제동’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일 ‘오늘밤 김제동’은 김수근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 단장’ 인터뷰를 내보내 ‘김정은 찬양’을 했다고 비난받고 있다.

보수진영은 총공세에 나서는 분위기다. 방송 다음날인 5일 KBS 간부중심 소수노조인 공영노조가 성명을 내고 “ 반국가 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가”라고 문제제기했다.

그러자 6일 자유한국당이 나섰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청와대와 교감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KBS가 남조선 중앙방송인가’ 성명을 내고 해당 방송 폐지와 징계, 양승동 사장 퇴진과 문재인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언론은 일제히 해당 방송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7~8일 사설까지 내면서 정조준했다. ‘방송의 공공성을 망각한 KBS ‘오늘밤 김제동’’(중앙일보) ‘황당한 김정은 칭송 내보낸 KBS의 ‘오늘밤 김제동’’(동아일보) ‘내부서도 북한방송 같다는 KBS, 국가 기간방송 맞나’(문화일보) 등의 사설은 KBS공영노조와 자유한국당 주장을 인용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다.

▲ KBS '오늘밤 김제동' 화면 갈무리.
▲ KBS '오늘밤 김제동' 화면 갈무리.

제작진은 7일 입장을 내고 “‘김정은을 찬양했다’거나 ‘여과없이 내보냈다’는 보도는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프로그램 전체를 보지 않고 단순히 짧은 인터뷰만을 인용해 자신들의 억지 주장 근거로 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방송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 관련 내용은 ‘소재’로 다뤄졌을 뿐 ‘찬양’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논란이 된 대목은 “김정은은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과 실력이 있고 지금 (북한의) 경제 발전을 보면서 팬이 되고 싶었다”, “박정희 이후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시진핑이나 푸틴은 20년 넘게 (집권)하는데 왜 그건 세습이라고 하지 않냐”는 내용이다.

그러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오히려 비판적 측면이 부각됐다. 해당 방송은 인터뷰 전후로 패널 토크가 이어졌는데 진행자와 출연자 누구도 김 단장 발언을 옹호하지 않았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선거를 통해 당선된 분이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졌다. 생각을 짧게 하신 것 같다”고 반론했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금기를 깨려는 취지는 알겠으나 세련되지 않은 방법이 반발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진행자 김제동씨도 “김 위원장을 위인이라고 호칭하기도 하고 팬클럽을 모집하는 모습이 충격적이라고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며 비판적 견해를 전했다. 김제동씨는 북한의 3대세습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와 동일시하는 데 “(박 전 대통령은) 민주선거에 의한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했으니까”라며 이준석 최고위원에 동조했다.

▲ KBS '오늘밤 김제동' 화면 갈무리.
▲ KBS '오늘밤 김제동' 화면 갈무리.

김수근 단장 인터뷰 자체도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제작진은 김 단장에게 ‘북한의 세습, 인권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북한에 가서 살 생각 있으신가요?’라고 비판적 질문을 던졌다. 보수진영의 비판을 전하는 방식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제작진은 “해당 단체의 인터뷰는 이미 수 많은 언론에서 보도됐으며, 이 단체의 기자회견 내용도 자세히 인용돼 기사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 방남 환영 단체들을 다룬 기사를 모두 ‘찬양기사’라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KBS가 인터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김정은 위원장 찬양이 아니다. 김수근 단장은 “생각의 자유를 달라는 것”이 취지라고 강조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7일 KBS 이사회에 출석해 “출연자 발언의 취지는 생각할 자유를 달라는 것이었는데, 공영방송도 균형감과 여과 장치를 갖춰 공론화할 수 있다고 보고, 우리 사회가 이런 단계는 좀 넘어서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