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주스웨덴 한국대사가 스웨덴노총과 면담에서 노동기본권에 후진적 인식을 드러내 스웨덴노총의 빈축을 샀다.

이 대사는 지난 11월 초 스웨덴노총을 초청한 자리에서 노총 관계자들에게 ‘한국 노조 태도를 바꾸는데 스웨덴노총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 노조들은 대화를 거부하고 맨날 거리에서 투쟁을 외치고 파업을 한다. 살트훼바덴 협약 체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했다.

이에 그 자리에 있던 테레스 구어블린 스웨덴노총 부위원장은 “노조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파업하고 투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반문했다. 구어블린 부위원장은 이 대사에게 “우리라고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다. 1938년 살트훼바덴 협약이 타결되기까지 40년가량 지속적으로 파업하고 투쟁했고 결국 사용자들이 대화테이블에 앉아 대화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하는 데엔 현장에서 결사의 자유와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고 동등한 조건에서 대화가 가능한 노사관계가 구축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동석한 스웨덴노총 국제국장도 삼성그룹 등 기업들의 반노조 행태 역시 사회적 대화를 해치는 요소인데 왜 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지 되물었다.

이 대화내용은 국제노총(ITUC) 4차 세계총회 참석 차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한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이 직접 스웨덴노총으로부터 들었다. 구어블린 부위원장이 총회가 열린 지난 6일 오후 1시께 민주노총 대표단을 직접 찾아와 ‘스웨덴 대사와 1시간 가량 대화했는데 기가 막힌 내용이 있었고 꼭 민주노총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해줬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노총(ITUC)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노총(ITUC)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주스웨덴 한국대사관과 스웨덴노총은 오는 2월14일 다시 만난다. 구어블린 부위원장은 “이 면담을 위해 문재인 정부 하 노동기본권 현실이 어떻게 변했는지 듣고 싶다”고 했고, 류 국제국장은 “대사의 발언은 국제노동기준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류 국제국장은 “민주노총은 그래서 지난달 21일 총파업을 했다. 총파업 전 3개월 간 사회적 대화에 임했고 그 대화를 통해서도 노동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류 국제국장은 “정부는 스스로 약속한 공약들을 적극 실행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대화 의제로 붙여 노조에 양보를 강요했다”며 “노조할 권리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공약해놓고, 이를 ‘사회적 대화 의제’로 설정해 협약 비준을 반대하는 사용자들 동의를 받아야 비준이 가능하다고 했다. 주 52시간 노동시간 규제가 정착되기 전,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라는 사용자들 요구에 따라 이를 사회적 대화 의제로 미리 상정해놓고 노조에 대화 테이블에 앉으라 압박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노총은 귀국 후 한국 노동기본권 실태 및 사회적 대화 현실에 관한 정보를 정리해 스웨덴노총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은 현행법상 해고자 및 공무원,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광범위하게 제한한다. 또한 노조법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한다.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하지 않는다. ILO 및 EU 등 국제기구로부터 수차례 개선권고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이와 관련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8개 중 아직 비준을 하지 않은 결사의 자유(87·98호) 조항과 차별 금지(100·111호) 조항에 대한 비준을 약속했다. 정부가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협약에 반하는 법조항은 개정수순을 밟는다. OECD 가입 36개국 중 핵심협약을 모두를 비준한 국가는 30개국이다.

국제노총 총회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회의로 이번 4차 총회는 지난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다. 130개국 노조 대표 1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에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대표단이 참석했다. 국제노총은 163개국 331개 조직에서 2억700만명이 가입된 세계 최대 노동조직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