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북미협상이 깨져 군사적 충돌과 핵전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한미가 김정은 정권을 제거한다는 내용의 가상소설을 소개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때아닌 전쟁공포를 자극해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김민석 중앙일보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은 7일자 28면에 실린 기명칼럼 ‘최악의 북한 핵공격 시나리오와 한반도 디커플링’(온라인기사 제목은 ’북핵 최고 권위자 섬뜩한 소설 “2020년 280만명 사망”’)에서 미국의 북한 핵·미사일 전문가라는 ‘제프리 루이스’ 박사가 최근 발간한 소설 ‘가상 소설 :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에 관한 2020 위원회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김 위원은 중앙일보 국방전문기자를 하다 국방부 대변인으로 옮겼다가 다시 중앙일보로 돌아와 군사전문기자를 하고 있다. 그는 칼럼에서 이 소설 내용이 우려를 더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 공격으로 한·미·일에서 280만명 이상 사망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루이스 박사가 북핵과 미사일의 세계적 권위자라 허투루 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이 소설을 두고 내년에 북·미 협상이 깨지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이 2020년 3월 미국에 핵 공격을 하는데 그 참사를 2023년에 조사했다는 일종의 가상 백서로 지금까지 나온 북한과 핵전쟁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 소설 요지는 이렇다.

“내년(2019년)에도 북·미 핵 협상이 풀리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압박하기 위해 2020년 3월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휴전선 가까이 접근해 무력 시위한다. 김 위원장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라 처음엔 상황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치민다. 그러던 중 많은 학생 등 승객 200여 명을 태운 몽골 울란바토르 행 우리 민항기가 김해공항을 이륙, 서해 상공을 지나간다. 민항기는 갑자기 기상 악화로 조종에 문제가 생기면서 북한 상공에 진입하게 된다. 북한은 이를 놓치지 않고 민항기를 미군 폭격기로 상정해 대공미사일로 격추한다. 격노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대량 응징보복을 지시한다. 물불 가리지 않는 김정은도 대응 차원에서 핵미사일로 서울과 도쿄·오키나와·괌에 이어 미 본토 워싱턴 등을 수소탄으로 타격한다. 북한 북한의 급작스런 핵 공격에 엄청난 피해를 받은 한·미는 미국을 중심으로 김정은 정권을 제거한다.”

▲ 중앙일보 2018년 12월7일자 김민석의 미스터밀리터리 칼럼에 실린 그래픽.
▲ 중앙일보 2018년 12월7일자 김민석의 미스터밀리터리 칼럼에 실린 그래픽.
김민석 위원은 “우리 입장에선 협상 중재도 중요하지만, 북핵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라며 “미국이 핵협상이 안될 경우 평택기지를 포기하고 막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를 두고 현실성과 가능성이 낮은 소설을 토대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분위기를 깨고 전쟁공포를 일으키려는 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실성이 있으면 소설이 아니다. 현재 남북미 상황에 토대한 미래예측과 정반대 글이다. 협상 깨졌다고 전쟁이 일어난 적이 있나. 북한이 항공기를 격추시킨 적이 있나. 아무리 어떤 대비라도 해야 한다손치더라도 핵전쟁을 대비하라는 뜻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대한민국 기자라면 그런 소설의 위험성을 지적해야 한다”며 “어떻게 한반도 운명을 우리가 아닌 북한과 미국에 있다는 식으로 보느냐”고 말했다. 양 교수는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하려 하고 있고, 대화를 더 촉진시켜야 할 때 시기적으로 내용적으로 안맞는 소설이며 언론에서 옮기는 것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북미가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협상을 앞두고 이런 글을 인용한 것은 오히려 협상을 깨뜨리고, 전쟁공포를 자극하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설의 저자인 제프리 루이스를 잘 아는 한 한반도 전문가는 7일 “제프리 루이스가 최고의 전문가라는데, 핵무기에는 전문가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과장하는 성격이 있는 학자다. 그런 학자가 쓴 허구의 픽션을 마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소설까지 인용해 왜곡된 해석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팩트에 기초해서 설득력 있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 중앙일보 2018년 12월7일자 28면
▲ 중앙일보 2018년 12월7일자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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