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놓고 여러 특정 날짜가 거론되며 설왕설래 중이다.

연내 답방이 코 앞으로 닥쳤다는 보도 중 꽤 구체적 정황을 전한 것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文대통령, 靑정례행사 취소… ‘김정은 답방’ 관련 긴급회의”라는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예고 없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들을 소집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연내(年內) 답방’과 관련한 준비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 때문에 이날 ‘반차’를 쓴 임 실장은 급히 청와대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정됐던 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와 기조회의 등 내부 정례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기사 작성 시점은 7일 새벽 3시다.

조선일보는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등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김정은이 12월 12~14일 서울을 방문토록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북한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부는 최근 답방과 관련해 수차례 남북 접촉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으로부터 연내 답방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도 했다.

조선일보가 청와대가 서울 답방 문제를 놓고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새벽에 급히 타전하는 듯한 보도를 내놓은 것은 조만간 답방 문제를 확정지어 발표가 임박했다는 암시로도 풀이될 수 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청와대가 7일 서울답방 일짜를 확정해 전격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의 지라시까지 등장했다.

이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7일 새벽 6시35분께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제 대통령님과 실장, 수석 점심이 있었지만 북한 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며 “순방을 다녀온 대통령께서 보좌진과 식사한 것이고 선약이 있었던 몇 분 수석은 참석을 못했다. 대통령께서 순방 후 국내 상황 보고 받고 특정 주제 없이 자유롭게 의견교환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답방의 구체적 날짜와 준비 등을 전하는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재 유력히 거론되는 답방 날짜는 12~14일, 18~20일이지만 30일 연말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답방 일짜가 이미 확정됐고, 의전과 경호 등 세밀한 조율만 남아 북한과 공동발표할 일만 남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한다면 전 세계적 이벤트가 된다. 연말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 언론과 청와대가 서울 답방을 놓고 추격전을 벌이는 것도 해당 이슈의 파급력이 워낙 커서다.

김 위원장이 답방하는 루트, 묵을 숙소와 방문지, 그리고 먹을 음식까지 자그만한 일도 언론의 관심거리다. 청와대 상춘재가 최근 내부 공사를 벌인다는 보도나 남산 서울타워가 예약손님을 받고 있지 않다는 얘기 등도 연내 답방이 유력하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청와대는 ‘연내’ 답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할 수밖에 없어 이 같은 정황이 흘러나가 연내 답방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가 쏟아진다는 분석도 오간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두 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두 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언론이 답방 날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이슈도 이슈지만 답방일을 맞추면 취재력을 인정받아서다. 고위 관계자를 통한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서는 확정 지을 수 없는 고급정보를 보도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매체의 공신력이 올라갈 수 있다.

연내니 연초니 답방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답방이 가능한 필요충분조건이 무르익었느냐를 따져보는 게 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의 본질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광수 교수(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는 “답방 시기가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왜 시원하게 답방에 대한 발표를 못하느냐고 되물어봐야 한다. 의전이나 경호가 문제라고 하는데 좁은 해석이다. 북한의 답변이 늦어지는 것에 답방의 조건과 환경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봐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신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는 민족내부 문제에 대한 의제에 맞춰야 한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나온 약속 이행과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해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에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약속을 하던지, 미국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하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오후 중대발표 하느냐는 문의가 들어오는데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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