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조작이라고 주장해온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변희재씨에게 검찰이 지난 5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후 ‘변희재 손석희 사과’가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로 올랐다. 변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손석희 사장에게는 집회하다보니 발언이 세진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언론이 이를 옮겨 썼다. 하지만 오는 10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중형을 모면하려는 ‘악의적’ 사과라는 지적이 많다.

미디어워치는 6일 결심공판 소식을 전하며 “변 대표는 구속심사와 보석심사에 이어 이번 결심공판 최종진술에서도 과거 손석희와 JTBC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일부 과격 발언을 했던 점에 대해선 도의적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변씨는 인터넷에서 ‘손석희가 변사체로 발견될 수 있다. 손석희의 암살 우려가 크다’는 등 위협적 혐오발언을 반복해 손 사장과 JTBC기자들을 괴롭혔다. 검찰은 이를 두고 “사이버테러, 출판물에 의한 테러를 넘어 오프라인 상으로도 준 테러행위를 자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지지자은 지난해 초 변씨와 함께 손 사장 집 앞에 찾아와 “죽이러 왔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미디어워치 주장대로 “일부 과격 발언”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변씨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언론인을 향한 대낮의 ‘백색테러’ 모의가 면죄부를 받게 될지 모른다.

▲ 번희재씨. ⓒ연합뉴스
▲ 번희재씨. ⓒ연합뉴스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변씨를 가리켜 “여전히 JTBC 조작방송을 주장하며 명예훼손 범행이 인터넷과 법원 안팎에서 계속됐다”며 반성의 기미가 없음을 강조했다. 검찰은 변씨가 ‘손석희의 저주’란 책에서 총 140여 군데에 걸쳐 태블릿 조작설 관련 허위사실을 적시했으며 집필의도가 온전히 피해자들에 대한 비방과 흠집 내기에 있음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씨측 변호인은 “미디어워치는 언론감시를 모토로 하는 것으로 미디어워치 보도가 공익에 기여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변씨의 허위사실유포는 크게 △JTBC에서 2016년 10월10일 경 이전에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과 사전 공모해 태블릿과 비번을 건네받았다 △JTBC는 최순실이 태블릿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최순실을 실사용자로 둔갑시키고, 마치 최순실이 태블릿으로 청와대 문서를 수정한 것처럼 조작방송을 했다 △JTBC에서 태블릿 입수 후 수천 개의 파일을 생성·수정·삭제하는 등 태블릿을 조작했다는 주장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변씨를 가리켜 “조작설과 상반되는 검찰 수사 결과, 법원 판결, 포렌식 분석 결과, JTBC 및 타 언론사 보도내용 등을 불순한 의도와 사적 동기에 따라 일부러 외면하면서, 오로지 JTBC와 손석희 등을 비방할 목적으로 장기간 악의적인 조작설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해 주장하고 있어 변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와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은 언론의 ‘변희재 사과’ 보도로 묻힌 감이 있다. 

언론이 주목해야 할 것은 변희재씨의 악질적인 사과 발언이 아니다.

미디어워치는 MB최측근이던 원세훈씨가 국정원장으로 취임할 무렵 창간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2009년 초 ‘미디어워치’ 창간부터 재원마련 관련 조언을 해주거나, 측면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국정원개혁위에 따르면 MB국정원은 2009년 5월 ‘미디어워치 운영실태 및 활성화 지원방안’, 그해 8월엔 ‘미디어워치 활성화 중간보고’를 윗선에 보고했다. 

변희재씨는 이명박정부 임기 내내 정부비판적 인사들을 향해 ‘종북’이란 주장을 반복했다. 각종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변희재씨는 박근혜 탄핵 국면에선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프레임을 확산시켰다. 집회→형사고발→인신공격→농성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했다. 지금 언론이 주목해야 하는 건 수년간 권력의 스피커를 자임했던 변희재씨의 ‘배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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