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송사들의 아파트 분양 홍보가 프로그램을 넘어 뉴스 형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방통심의위 방송소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특정 아파트 분양소식을 전하면서 견본주택에 있는 로고나 전화번호 등을 노출하고 9·13부동산대책으로 전매제한 강화를 피할 마지막 기회라고 보도한 아시아경제TV에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법정제재는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방송중지 순으로 수위가 높아지고, 방송사 재허가나 재승인 심사 때 방송평가에 감점되는 중징계로 ‘주의’는 1점, ‘경고’는 2점 감점된다.

▲ 지난 10월19일 아시아경제TV  뉴스인사이트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10월19일 아시아경제TV 뉴스인사이트 보도화면 갈무리
아시아경제TV ‘뉴스인사이트’는 지난 10월19일 “인천 검단신도시 ‘호반 베르디움’ 분양 시작”이라는 리포트에서 “검단 호반베르디움이 견본주택을 열면서 2기 신도시의 마지막 주자인 인천 검단신도시 분양이 막을 올렸다.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의 전매제한이 다음 달부터 3년으로 강화되면서 이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도했다. 전매제한은 주택을 분양받은 후 일정기간 다른 사람에게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윤정주 위원은 뉴스 형식의 프로그램이 직접광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광고효과를 주는 정도가 아니라 업체명과 전화번호, 견본주택 등을 상세히 보여주며 광고를 하고 있다.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상수 위원도 “광고인지 뉴스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뉴스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광고효과가 지나쳤다”고 주장했다.

심의위원 5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심영섭·윤정주 위원,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전원 의견으로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하지만 경제방송사와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rogram Provider, PP)들은 법정제재를 받는 것을 두고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PP는 재허가나 재승인이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법정제재를 받는다고 해도 방송을 못 하게 될 가능성은 적다.

지난 2016년 머니투데이방송(MTN)도 아시아경제TV와 유사한 보도로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 지난 2016년 8월19일 MTN 투데이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2016년 8월19일 MTN 투데이 보도화면 갈무리
MTN ‘MTN투데이’는 2016년 8월19일 “막판 청약 ‘브랜드 타운’으로 승부”라는 리포트에서 “하반기로 접어든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건설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남 대치학원가 동탄캠퍼스를 유치했고 반도유보라만의 교육특화인 별동학습관과 단지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와 근접해 동탄2신도시 최고의 교육 특화단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MTN은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법정제재 ‘부동산 광고효과 보도로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와 과징금 ‘2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전·현직 경제방송 기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기자 개인에 문제의식이 부족한 게 아니라 경제방송의 수익구조와 기사 발제 방식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 경제방송사 기자는 “아마 원해서 아이템을 발제해 기사를 쓰진 않았을 것이다. 회사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전화번호, 로고, 모델하우스 등을 노출할 리 없다. 방송사와 건설사의 협찬이라는 유착 관계가 추정된다”고 말한 뒤 “경제방송은 승인이나 허가받는 보도채널이 아니라 법정제재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홍보성 리포트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미디어오늘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현재까지 5년간 ‘부동산 광고효과 보도’로 행정지도나 법정제재를 받은 건수는 20여건으로 보도유형은 ▲부동산 프로그램 ▲리포트 등 두가지였다. 

한 전직 경제방송사 기자는 “경제방송에 재직할 당시 건설사 아파트 분양을 노골적으로 홍보해 주는 기사를 쓰지 않으려 매우 노력했다”고 털어놓은 뒤 “건설사 홍보 기사는 일선 기자들이 발제하는 게 아니라 데스크선에서 결정된다. 데스크가 분양소식이 있는 모델하우스에 가라고 지시한다. 경제방송 수익 구조상 홍보와 발제 기사를 병행하게 된다. 기자이자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에서 내리꽂는 식의 기사를 거부하는 건 어렵다. 경제방송의 수익구조와 기사 발제 방식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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