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화재 사건에 민영화 이후 수익위주 사업에 몰입했던 황창규 KT 회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통신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황창규 회장의 퇴진이 출발점이라는 요구다.

거의 재난 상태의 통신 대란을 일으켜놓고도 황 회장이 아직도 5G 운운하는 건 정신못차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KT민주화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연 ‘민영화-외주화가 부른 KT 화재 참사, KT 통신공공성 강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황창규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

30년째 KT에서 네트워크와 전화국 업무를 해온 강세구 전 KT민주동지회 의장은 이날 규탄발언에서 “88올림픽을 거치며 디지털로 바뀐 통신시설이 90년대 중반 인터넷을 쓰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그래도 백업시설을 철저히 하고, 서비스에 지장없도록 근무자를 항상 훈련시키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2년 민영화 이후 달라졌다 수익성 위주 경영은 백업시설 늘어나는 통신시설 받쳐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 전 의장은 “이석채 회장 시절 대량 명퇴가 이뤄지고, 수익성 위주 전화국과 통신망이 집중돼 무분별하게 네트워크 근무자들이 명퇴당하고 백업시설도 갖춰지지 않다 보니 근무자들의 피로도가 쌓여갔다. 그로 인해 이번 아현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네트워크 근무자들은 늘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조마조마하며 근무했다”고 말했다.

▲ KT민주화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앞에서 KT 화재참사에 대한 황창규 회장의 책임을 묻고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KT민주화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앞에서 KT 화재참사에 대한 황창규 회장의 책임을 묻고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강 전 의장은 또 아현과 같은 중요 통신국사가 전국적으로 수십군데 있는데도 국가가 관리해야할 A~C급이 아닌 D등급으로 분류된 점도 우려했다. 그는 “강남 서초 송파 동작 과천을 담당하는 양재국사도 D등급으로 분류돼 있고, 300만명이 사는 인천도 D등급이다. 전국적으로 수도권 수십군데가 아현과 같은 D등급이다. 과기정통부나 통신사업자들이 관리를 제대로 않고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화재 현장에 CCTV가 없었던 점도 KT 경영방침과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 전 의장은 “황창규 회장 들어와 8403명을 명퇴시켰는데, 이번에 백업투자를 안한 대표적인 것은 사고현장에 CCTV가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 KT는 ’기가아이즈‘라는 (지능형) CCTV 팔려고 난리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장치를 감시해야 하는 곳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황 회장에게 “박근혜 부역, 정치자금법 위반, 화재와 통신대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복구하고 있는 KT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나남균 KT 상용직노조 지회장은 자신을 KT화재 현장에서 복구작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아현빌딩 화재 후 통신대란 사태를 두고 “KT가 무리하게 통신시설을 하나로 통합해 통신구의 문제가 생기면 전 지역에 통신불능 사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번 사태가 바로 그 사례”라고 지적했다.

나 지회장은 “이번 화재 사건의 경우 여러 케이블이 통합돼 있다보니 복구하는데 시간이 걸려 유선전화와 카드결제가 원활하지 못하다”며 “또한 고성능 소형화가 이뤄진는데도 정작 유지보수해야 할 기술요원은 명퇴시켜 지역별로 한 두명이 있을까 말까한다. 장애가 생기면 무조건 협력업체에 의뢰한다”고 전했다.

특히 복구현장에서 KT 직원들은 실질적으로 복구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 지회장은 “KT 직원들이 복구현장에서 지시나 할 뿐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 지하 통신구 들어가 작업하는 직업은 전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복구 업무를 정직원이 해야 함에도 그동안 인원감축과 전화판매나 시키다 보니 정직원들은 기술력이 없다. (복구업무는) 고되고 힘든 기피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시 긴급복구 책임도 저버리고 능력도 없는 KT 에 묻고 싶다. 하청업체는 30년간 임금착취 하면서 자신들은 집사고 땅사고 해외여행 다니고, 골프친다. 노동자는 목숨걸고 선로 깔고 노예처럼 대우받으며 사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창규 회장을 두고 나 지회장은 “군통신 부대 통신망이 끊기고 국민의 삶과 경제에 타격을 주고도 황 회장은 사과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느냐.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5G를 외칠 수 있느냐. 통신공공성 회복을 위해선 황창규를 퇴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KT민주화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앞에서 KT 화재참사에 대한 황창규 회장의 책임을 묻고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KT민주화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앞에서 KT 화재참사에 대한 황창규 회장의 책임을 묻고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신재 KT서비스노조 지부장도 “KT 본사에서 단가를 줄이고, 갑질 관리사를 낙하산으로 보낸다”며 “지금 화재 사태를 불러온 계기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지호 KT스카이라이프 지부장은 “이석채와 황창규가 자신들의 임명과정의 정통성이 취약해 실적 올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석채는 위성과 주파수를 팔아먹었다. 이들은 통신공공성에 대한 생각자체가 없는자들이다. 이번 화재사건은 이석채와 황창규의 태생적 취약성, 실적지상주의가 낳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지부장은 KT 계열사와 자회사 가운데 변변한 곳이 없다면서 “정당성이 부족한 황 회장과 측근들이 전문성,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낙하산을 자회사에 계속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회사의 건전한 발전과 일자리 회복을 위해서라도 공공성이 복원돼야 하며, 이를 위해 박근혜 적폐인 황창규는 빨리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김태현 KT민주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화재 사건을 두고 “민영화 이후 진행된 외주화 속에서 발생했다는 원인은 이미 다 드러났다”며 “이제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일로 나가야 한다. 그건 민영화와 외주화된 통신의 공공성 복구하는 일부터”라고 강조했다.

김현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도 “외주화로 인해 발생한 KT 아현사고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DJ 노무현정권부터 진행된 외주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다. 그냥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나도원 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통신대중화로 인해 이번 사건이 위험성을 체감하고 있다”며 “위험 신호가 이미 왔기 때문에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권이 KT를 재공영화할지는 의문이다. 노동자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희성 민중당 공동대표는 “일반적 교통사고도 고의책임이 드물지만 그래도 과실의 책임을 묻는다. 이번 화재사건도 마찬가지인데, 사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고의인지 과실인지, 원인 얘기는 따지지 않고 있다”며 원인과 책임규명을 촉구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간사는 시민들의 피해보상을 강조했다. 김 간사는 “황창규 회장이 적절한 피해보상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정부에 제출한 방안을 보면 ’SKT 참고하겠다‘고 했다. 2014년 불통사태때 SKT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700~3000원 피해보상 뿐이었다. 큰 피래를 내고 제대로 피해보상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재발발지를 위한 시설투자를 하겠느냐. 이번에도 정부와 KT가 피해보상을 않고, 어물쩡 넘어가려 하면 반드시 이런 사태가 재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황창규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통신 대란 복구 인력이 KT하청업체 노동자들이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전화국별 케이블 관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KT는 작은 규모의 통신선로 장애에도 하청업체에 복구를 의뢰하고 있으며 고장복구시간으로 하청업체들을 평가하고 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좋은 평가를 위하여 반강제적으로 아현 복구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실적 제고를 위해 돈 된다 싶은 전화국, 동케이블 등 통신시설을 마구잡이로 팔아치운 점도 지적됐다. 이들에 의하면 이석채 시절 326개였던 지사/지점이 236개로, 황창규 때 다시 182개로 줄었다.

이들은 “국회에 보고된 통신시설 관리 등급에는 전국적으로 A~C등급 29개, D등급 354개로 되어 있다”며 “그러나 국사최적화로 시설이 집중된 곳으로 알려진 아현, 양재, 가락 등 주요 시설은 모두 D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KT가 비용절감을 위해 등급상향을 위한 보고를 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 KT는 무분별한 인력감축과 외주화, 통신시설 집중화 중단 △정부와 KT는 기간통신망 시설관리 투자를 확대하고 △통신적폐 황창규 회장 퇴진, 통신분야 낙하산 CEO를 근절하며 △문재인정부는 KT의 재공영화 추진계획 수립 등을 촉구했다.

▲ KT민주화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앞에서 KT 화재참사에 대한 황창규 회장의 책임을 묻고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KT민주화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앞에서 KT 화재참사에 대한 황창규 회장의 책임을 묻고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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