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2012년 공정방송파업 당시 ‘불법 파업대체인력’으로 채용됐다고 규정한 이들을 대상으로 오는 12일부터 평가인사위원회를 연다. 앞서 사측이 조직 슬림화 기조와 함께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 예고했던 명예퇴직은 올 연말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단행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사측 예고와 달리 실제 명예퇴직 신청 인원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MBC는 최근 파업대체인력으로 분류된 사원 55명에게 평가인사위원회 일정을 통보했다. 당사자들이 제출한 소명자료를 기반으로 12~14일 중 평가인사위를 열어 대상자들의 업무 평가 및 재교육 적합성 여부 등을 따져본다는 방침이다. 파업대체인력 55명 가운데 기자 직군이 25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PD 직군은 5명으로 파악됐다. MBC 내부에선 행정직군에 비해 보도·제작부서에 종사했던 인력이 방송 공정성을 해치거나 사규 위반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당시 김재철 사장 이하 MBC 경영진은 전례 없는 ‘1년 뒤 정규직 전환’ 조건 하에 파업대체인력을 불법 채용하며 파업 무력화를 시도했다. 구성원들이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 간 일터를 떠나 있는 동안 당시 사측이 채용한 계악직·전문계약직·시용 사원은 90여 명에 육박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PD·아나운서 상당수는 이들에게 밀려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MBC 보도·시사 관련 부서로 돌아올 수 없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파업대체인력을 둘러싼 논란은 MBC 내부 갈등의 중심이다. MBC 사측은 지난 10월31일 사내 입장문을 통해 “언론사인 MBC가 파업대체인력 채용을 무조건 용인한다면 다른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위법한 대체근로를 비판할 수 없게 되고, 민주적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라는 노사관계 대원칙을 저버리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공정한 채용에 대한 시대정신과 사회적 기대, 강원랜드 등 외부 사례를 참고해 파업대체인력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이들 채용과 더불어 박근혜 정부 시절 여권 정치인 추천서를 제출하고 입사한 경력기자 채용 또한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명예퇴직은 파업대체인력 등에게 일종의 ‘시그널’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MBC가 5일 공고할 명예퇴직 신청 요건은 1년 이상 근무한 59세 미만 무보직자로 알려졌다. 지난 파업 기간 동안 입사한 사원들도 제한 없이 명퇴를 신청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명퇴 신청은 오는 12월과 내년 2월, 4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 신청 인원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MBC의 한 사원은 “요즘 같이 어려운 때 좁은 업계에서 이직도 쉽지 않은데 누가 회사를 떠나려 하겠느냐”며 “생각보다 신청 인원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MBC는 1차 명퇴 신청자에게 보수규정상 퇴직금으로 산출된 금액의 100%를 지급하되, 2차 신청자에게는 90%, 3차 신청자의 경우 80%로 차등을 둘 전망이다. MBC에서 퇴직금 산정 금액 100%를 지급하는 것은 지난 2007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명예퇴직을 단행한 이래 처음이다. MBC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지급했던 퇴직금 지급률을 따를 정도로 MBC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며 “방송환경이 악화되고 임금구조가 개편되면 이번 경우가 아니더라도 향후 퇴직금 지급률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8일 취임 1년을 맞는 최승호 MBC사장은 지난달 2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조직 슬림화와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계획을 밝히며 “고통스럽더라도 MBC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더 가벼워야 하고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지속해서 몸집을 줄이고 효율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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