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동조합이 지난달 30일 SBS 경영진이 단행한 인사와 조직개편을 ‘無전략·無혁신·無원칙’이라고 비판했다. 지상파 광고 시장 축소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가운데 보도본부 내부 개편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SBS본부)는 4일 노보에서 “박정훈 사장 체제는 이미 낡을 대로 낡은 아날로그 시절, 지상파 레거시 미디어 중심의 생산 전략과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발상을 조직에 그대로 투영했다”며 “양대 지상파 공영방송 사장들은 연이어 ‘지상파 방송 최대 위기’를 말하며 예전에 없던 조직개편과 대대적 구조조정까지 예고하며 변화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MBC는 조직개편을 하고 김영희 전 PD를 ‘콘텐츠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산하에 드라마·예능 등 4개 제작본부와 콘텐츠 유통·프로모션·마케팅·홍보·사업 기능까지 포괄하도록 했다. 또한 MBC는 전략편성본부를 새로 만들고 MBC 본사와 관계사 전반의 콘텐츠·매체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로 했다.

SBS본부는 이 사실을 언급하며 “프로그램 기획·제작 뿐 아니라 콘텐츠 유통과 마케팅까지 유기적으로 묶어내겠다는 전략”이라며 “SBS 경영진은 전략과 비전의 실종 속에 현상유지에 급급한 조직 무변화를 대안으로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 SBS노조 창립 20년을 맞아 SBS 노조 깃발을 SBS 회사 깃발과 함께 게양했다. 사진=SBS 노동조합
▲ SBS노조 창립 20년을 맞아 SBS 노조 깃발을 SBS 회사 깃발과 함께 게양했다. 사진=SBS 노동조합

주 52시간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SBS의 숙제다. SBS본부는 “이번 조직개편은 새롭게 바뀌고 있는 노동환경에 적응할 준비와 대안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68시간 체제 합의 일몰이 한달도 남지 않았으나 사측은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노조에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사장은 지난달 13일 창사 28주년 기념식에서 주 52시간 노동과 관련해 “솟구쳐 나오는 상상력과 창작욕구를 기계적인 시간제한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유연한 업무환경에서 마음껏 창의력을 펼치도록 회사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SBS본부는 “이는 결국 노동시간을 측정하지 않아 무제한 노동을 가능케 하는 재량근로 확대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자기고백”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이번 인사에서 노사갈등을 유발하는 팀장급 인사를 교체하지 않았다며 이를 ‘노조를 무시하는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노사관계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는 팀장급 인사조차 유임시켰다”며 “노조가 창업주 명예회장 추대 조치 이후 노조무시 폭주체제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기 사람 챙기기나 일삼으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박정훈 체제에 노조와 구성원의 인내심은 고갈되고 있다”며 “향후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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