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이하 뉴스타파)가 국회예산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정치후원금으로 사용했다고 신고한 영수증을 다시 사용해 국회예산을 받은 행태가 드러났다. 

4일 뉴스타파는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수증 이중제출’로 국회예산 1억5990만8818원을 낭비한 국회의원 26명 명단을 공개했다. 이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명, 자유한국당 9명, 바른미래당 1명, 민주평화당 1명, 민중당 1명이다.

뉴스타파가 2016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검증한 결과, 국회의원이 정치자금(후원금)을 사용하고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한 영수증과, 국회예산 중 ‘정책자료발간‧홍보물유인비’, ‘정책자료발송료’를 받기위해 제출한 영수증이 금액과 사용처가 똑같은 사례가 드러났다. ‘정책자료발간‧홍보물유인비’ 예산이란 연간 최대 39억원 규모로 국회의원 1인당 1300만원이 배정되는 돈이고 ‘정책자료발송료’는 연간 최대 13억7천만원으로 국회의원 1인당 평균 457만8130원을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 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영수증 이중제출로 예산을 사용한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 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영수증 이중제출로 예산을 사용한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뉴스타파가 공개한 의원은 총 26명이다. 뉴스타파가 이중제출 영수증을 확인한 후 3명의 국회의원을 제외한 23명의 의원은 바로 예산을 반납하거나 반납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1300만원을 영수증 이중제출로 예산을 받았고 뉴스타파가 이를 지적하자 “선관위 유권 해석을 받은 후 반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아직 반납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 역시 527만50원을 이중제출로 예산을 받았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선관위 유권 해석을 받은 후 반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537만6920원의 예산을 영수증 이중제출로 받았으며 “문제될 것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수증 이중제출’로 예산을 쓴 의원들의 목록이며 그 순서는 액수가 큰 순서부터, 반납절차가 진행 중인 의원들이다. 의원 대부분은 문자 발송비나 우편 발송비 등의 영수증을 중복 청구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936만원을 ‘영수증 이중제출’로 사용했고 뉴스타파가 해당 건을 지적하자 예산을 반납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 역시 1617만2121원을 이중제출로 받았고 반납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1551만7500원을 이중제출로 받았고 예산을 반납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250만원을 반납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085만1890원을 반납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955만1990원을 반납했다. 김석기 한국당 의원은 857만3030원을 반납진행 중이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729만7340원을 반납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471만9000원을 반납했다. 이은권 한국당 의원은 443만5030원에 대해 반납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365만1400원을 반납했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352만원 반납 진행중이다.

김재경 한국당 의원은 330만2200원을,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310만원을,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300만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256만5000원, 이종구 한국당 의원은 212만4847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69만6890원을 반납진행 중이다. 김현권 민주당 의원은 147만3840원을 반납했다. 김정훈 한국당 의원은 130만원을 반납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00만원을 반납했다. 곽대훈 한국당 의원은 40만8000원을 반납했고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14만1000원을 반납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뉴스타파가 밝혀낸 ‘영수증 이중청구’는 총 1억5990원8818원이다.

▲ 4일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이 공개한 '영수증 이중제출' 의원 명단. 사진제공=뉴스타파.
▲ 4일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이 공개한 '영수증 이중제출' 의원 명단. 사진제공=뉴스타파.

뉴스타파가 공개한 자료중 홍영표 민주당 의원실의 사례를 보면 2017년12월13일 해당 의원실에서는 '자루XX'라는 곳에서 의정보고서 제작으로 988만5700원을 사용했고 이를 홍영표 의원실 계좌로 돈을 받았다. 그런데 12월14일에 같은 업체와 같은 금액의 영수증을 후원회 기부금으로 사용했다고 제출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영수증을 두군데에 제출해 국회예산을 받은 것이다. 

▲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이 공개한 사례중 홍영표 의원실의 사례. 같은 영수증을 의정활동 홍보비용으로 청구하고, 후원회 기부금으로도 썼다고 제출했다. 사진제공=뉴스타파.
▲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이 공개한 사례중 홍영표 의원실의 사례. 같은 영수증을 의정활동 홍보비용으로 청구하고, 후원회 기부금으로도 썼다고 제출했다. 사진제공=뉴스타파.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영수증 이중제출을 통해 의원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된 돈의 실제 사용처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사적으로 돈을 사용했거나 고의적으로 영수증을 이중제출한 경우에는 검찰에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뉴스타파 등은 이런 ‘영수증 이중제출’에 대해서 고의성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모두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승수 대표는 “고의적으로 이런 행위를 했다면 범죄에 해당한다. 정치자금에서 실제 지출을 한 다음 국회 사무처에서 똑같은 영수증을 타낸 것은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죄이고 반대로 국회 사무처에서 타낸 돈으로 업체에 돈을 지급한 다음 똑같은 영수증으로 정치자금 계좌에서 돈을 빼냈다면 그것은 횡령죄이고 정치자금 허위회계보고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보도 중 예산을 반납하지 않은 금태섭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의 뉴스타파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 의원은 “의정보고서를 발간하거나 유권자들에게 다량의 문자를 발송할 때, 업체에서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면서 의원실에 비용을 청구하고 저희 의원실에서는 청구가 오면 즉시 업체에 비용을 결제하고 정치자금 사용내역으로 영수증을 선관위에 제출한다. 한편 국회사무처에서는 이런 비용 중 일부를 보전해주는데 업체에 지급하는 시기와 관계없이 1개월에 한 번 몰아서 지급하는데 의원실에서는 업체로부터 받은 영수증을 사무처에 제출하고 경비계좌로 입금받았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선관위에 제출하는 영수증은 정치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다고 증빙한 것이고 사무처에서는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받은 것”이라며 “국회예산이나 정치자금을 빼돌리거나 의정활동비가 이중 청구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홍영표 의원 역시 이날 입장을 내고 "의원실은 의정보고서 제작 및 발송을 위한 정책홍보물유인비를 국회사무처로 지원받았고 의원실은 해당 비용을 사무처가 입금한 ‘홍영표’명의의 계좌가 아닌 ‘홍영표 후원회’명의의 통장에서 업체로 지출했다. 국회와 선관위에 이중청구, 중복수령한 사실은 없으며 지출행위를 어느 통장에서 했는지에 대한 회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뉴스타파의 취재 이후 이를 반납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홍 의원은 "국회 지원금을 받는 지원경비계좌가 선관위 보고 의무를 갖고 있는 정치자금계좌에 비해 회계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지원경비계좌에서 관리하던 해당 금액 1,936만원을 정치자금계좌로 이체했는데 이를 ‘반납’이라 표현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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