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3명중 1명은 기사 때문에 소송을 경험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 2명중 1명은 보도 이후 상대방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후속보도를 자제하게 된다고 답했다. 공인에 대해 보도할 때 사내 고위간부의 압력이 들어온다는 답변도 높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기자 301명을 대상으로 언론 소송과 언론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은 신문기자 119명(39.5%), 방송기자 71명(23.6%), 인터넷신문기자 44명(14.6%), 통신사 기자 67명(22.3%)로 구성됐다. 직급별로는 평기자가 234명(77%)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는 11월1일부터 9일까지 9일 간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7.6%는 취재나 보도로 인해 법적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방송기자가 36.6%로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고 신문기자가 33.6%로 뒤를 이었다. 소송 당한 경험이 있다는 기자들 중 79.5%는 소송을 1회 겪었다고 밝혔다. 소송 경험 기자들 중 79.5%는 1회 이상 승소했다고 답했으며, 소송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고 답한 기자는 20.5%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기자들은 공인에 대해 보도하며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에 대해 보도할 때 언론사 내 고위 간부를 통해 압력이나 회유가 들어오기도 한다’는 진술에 동의한다는 비율이 64.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 경우 기자들은 기사에 있던 실명을 이니셜로 바꾸거나, 기사의 톤을 낮추는 식으로 타협한다. ‘공인에 대해 취재할 때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보도가 꺼려진다’는 진술에는 32.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공인이 반론권을 악용해 허위내용을 반론 형태로 보도하도록 청구한다’는 진술에는 62.4%의 응답자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기자들은 반론권이 공인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 후에 상대방으로부터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게 되면 후속보도를 자제하게 된다’는 진술에는 52.1%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고소하겠다’는 말이 기자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77.7%는 ‘공익이 있다면 소송을 감수하고 보도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응답률은 공익적 성격의 기사가 갖는 위법성조각사유에 따른 것이다. 한편 고소 위협을 받았을 때 후속보도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인터넷신문사가 68.2%로 가장 높았다. 인터넷신문사는 소수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소송이 들어올 경우 회사가 기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신문사 대부분이 노조가 취약한 것도 주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