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를 청소하는 2차 하청업체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청소노동자에게 자기관리능력, 업무 숙련도 등 인사고과 기준을 강제해 논란이다.

대한항공 비행기 내부를 청소하는 2차 용역업체 이케이맨파워(대표 김동규)는 지난달 19일 “2018년 후반기 직원 정기 근무 평정을 실시한다”며 사내 게시판에 직원근무평정표를 붙였다. 5개 평점요소마다 20점씩 배분해 합산하는 식으로 요소당 A~E 등급 점수를 매겼다.

▲ 이케이맨파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1월19일 갑자기 사내 게시판에 붙은 근무평정표를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 이케이맨파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1월19일 갑자기 사내 게시판에 붙은 근무평정표를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5개 요소는 △책임감 △근면·성실성 △안전의식 △자기관리능력 △업무 숙련도 등이다. 책임감 등급 기준을 보면 A급은 ‘매사에 투철한 책임감으로 일한다’, B급은 ‘책임감이 상당히 투철하다’, C급은 ‘적극적이진 않으나 자기 업무는 대체로 책임을 진다’가 적혔다. 가장 낮은 E급은 ‘책임 회피·전가 경향이 농후하다’는 내용이다.

현장에선 “최저임금만 주면서 인사평가를 왜 하냐”는 비난이 나온다. 한 청소노동자 A씨는 “고도 숙련이 필요한 일이 아닌데다 임금도 법 최저기준에 딱 맞춰 주는데 이런 방식의 고과 평가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분노를 자아내는 항목은 자기관리능력과 업무숙련도다. 자기관리능력은 “조직 일원으로서 자기 시간·건강·언행·예절 관리를 매우 잘하고 있는지”를, 업무숙련도는 “고도 숙련된 기술로 신속·정확히 업무를 처리하는지”를 보는 항목이다. 자기관리능력 최하 평가엔 “자기관리 능력이 부족하고 무절제하다”가, 업무숙련도엔 “업무처리 SKILL이 부족하다”는 문구가 적혔다. A씨는 “최저임금 청소노동자를 농락하는 내용”이라 비난했다.

직원들은 갑작스런 인사평가가 노조 압박용이라고 여긴다. 지난 10월19일 합법 쟁의권을 딴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공공운수노조 산하) 여성노동자들은 기내 오물·담요·생수 등 중량물 운반을 거부하는 ‘준법 투쟁’을 하고 있다. 남성노동자에게만 주는 정근수당(17~28만원)은 임금차별이라는 주장에 회사는 “업무가 다르다. 여직원은 객실·부엌 청소를, 남직원은 중량물 취급을 주로 하므로 보상차원에서 정근수당을 지급한다”고 이유를 댔다. 노조에 따르면 중량물 운반은 남·녀 구분없이 해왔다. 업무가 일부분 구분돼도 같은 기내청소직 내에서 수당을 차별하면 임금차별에 해당된다. 여성노동자들은 이에 ‘회사가 하라는 일만 하겠다’며 일부 업무에 손을 뗀 것이다.

노조는 지난 4월 인천지방법원에 체불임금 소송을 걸어 회사와 법적 다툼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여성노동자들은 매월 17만4천원 가량을 못 받았다. 소송에 참가한 140여명의 3여년 분을 추산하면 5억원 가량이 나온다”며 “통상임금 미지급분과 함께 청구한 체불액은 10여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케이맨파워 측에 수차례 연락을 넣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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