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올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이른바 ‘청와대 기강 해이’ 논란을 적극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일부 특감반 직원들의 비위 정황이 언론에 보도된 뒤 청와대가 명확한 대응 방향을 밝히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의혹까지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 국정운영과 관련해 권력 누수가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청와대 인사·조직 쇄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모이고 있다.

서울신문은 청와대가 특감반 전원 복귀 조치를 취하면서도 관련 비리 의혹들을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규정 따지다 의혹 키우는 靑…與 의원도 ‘조국 사퇴해야’”)을 전했다. 지난달 29일 ‘특감반원들이 일과 시간에 골프를 치거나 접대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오보다. 확인되지 않았다”고 대응했으나 일과 시간, 골프, 접대 가운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 오보인지 확실히 해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 조선일보 3일자 8면
▲ 조선일보 3일자 8면

‘감찰사실공표에 관한 규칙’(법무부 훈령)에 따라 감찰 활동 내용과 결과 등은 원칙적으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청와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이 지침 2항에는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사생활 보호 이익보다 국민 알권리 충족 등 공공의 이익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어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핑계”라고 했다.

검찰, 경찰 등에서 파견된 특감반원들은 △부적절한 골프 회동 △주중 골프 의혹 △지위 악용 셀프 인사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지난달 초 검찰 출신인 김아무개 수사관이 경찰청에 지인의 뇌물 사건을 캐물은 것이 드러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감찰을 받는 과정에서 골프 회동 관련 의혹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 12월3일자 서울신문.
▲ 12월3일자 서울신문.

경향신문은 최근 불거진 여러 사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통상 정권의 권력 누수를 보여주는 몇 가지 징후들이 있다. 청와대의 공직 사회에 대한 장악력 약화,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집권세력 권력다툼, 지지층 균열 등이다. 대개 이런 요인이 맞물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일이 한꺼번에 불거졌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일은 현 정부 정체성인 ‘반부패’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지적에 더해 최근 대통령경호실 5급 공무원의 음주 폭력 사건,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사건, 경찰 고위간부의 정기인사 반발 항명 등을 언급하며 공직사회 장악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이어 여권에서 청와대 조기 개편 가능성을 전망했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마무리한 뒤 총선을 1년 앞둔 내년 초 청와대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으나, 파열음으로 인해 청와대 개편이 앞당겨질 거라는 분석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교체설도 전했다.

▲ 12월3일자 경향신문.
▲ 12월3일자 경향신문.

관심은 조 수석 거취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조 수석이 앞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실패, 공개적인 SNS 사용 등으로 논란이 된 것과 본인 소관의 조직 비위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고 짚었다. “검찰과 경찰에서 신속 정확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두고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불필요하게 일을 키워 정치공방 소재만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여권에서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조 수석 사퇴를 촉구했다. 조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민정수석에게 현명한 처신이 요구되는 때”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대통령을 직접 모시는 참모는 다른 공직자들보다 더 빠르고 더 무겁게 결과에 대한 정무적 책임을 져야한다. 이제 민정수석이 책임질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 덜어드리는 게 비서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 주장했다.

▲ 12월3일자 한국일보.
▲ 12월3일자 한국일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수석 해임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후보들이 비판 대열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이들 야당은 조 수석이 앞서 본인 SNS에 이른바 ‘사법 농단’,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등 현안에 관한 개인 입장을 드러낸 사례들을 지적하며 조 수석 업무 태도를 지적했다.

중앙일보 사설의 비판 논점은 다른 언론과 차이를 보였다. 3일자 중앙일보 사설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 여권 일각에서 우려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어, 보호막 우산 아래 어깨에 힘이 들어간 청와대 참모진이 전횡을 휘두르니 사고가 났다고 해석했다.

한편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SNS에 글을 올려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믿어주시기 바란다”며 “정의로운 나라, 국민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다만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기강 해이 논란과 관련해 “짧게라도 질문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다”고 밝혀 청와대 내부 상황에 불편함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청와대로부터 전직 수사관 비위 내용을 통보 받은 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초 비위 정황이 적발된 김아무개 수사관은 청와대 감찰 당시와 진술이 바뀌거나 진술 내용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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