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에서 3년차로 넘어가는 시점에 레임덕이라는 말은 과장된 정치 공세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라는 말이 자꾸 언론에서 보도되면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실제 경기 악화로 이어지듯이 정치적 위기라는 말이 돌 때 ‘진짜’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행위로 촉발된 공직기강 문제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해당 문제는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돼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을 농단했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탄생한 정부다. 어느 정권보다 도덕적 우월성이 높은 셈이다. 그런데 공직기강 문제가 터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 의심을 받는 모양새다.

지상파 방송이 공직기강 문제를 중점 보도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별감찰반원 김아무개씨는 경찰을 찾아가 지인인 최아무개씨의 공무원 뇌물 사건을 캐물었고, 골프 향응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 첫 보도는 KBS였고, 추가 의혹을 제기한 건 SBS였다. 주말 사이에도 KBS와 SBS는 서로 경쟁적으로 단독 보도를 내놨다. 특별감찰반원 김씨의 추가 의혹에 더해 다른 민정수석실 산하 다른 비서관실의 골프 회동 의혹까지 나왔다.

KBS는 “특별반 김씨, 자기가 찍어낸 감사관실 응모…‘다 불겠다’ 협박도”라는 기사에서 특별감찰반원 김씨가 지인의 사건에 개입한 것을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의 비위 첩보 보고서를 만든 뒤 전격 전보조치되고 감사관실의 사무관 채용에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김씨의 채용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약속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SBS는 김씨 소속인 반부패비서관실 뿐 아니라 민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도 함께 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직기강과 민정,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감 반원 2명씩 모두 6명이 골프를 친 사실은 검찰 조사에서 새롭게 드러났지만 주말에 스스로 경비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방송 뉴스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장년층에게 지상파 방송이 미치는 힘은 강하다. 40-50대 중장년층과 중도층이 돌아선 것이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데 연일 청와대를 정면 비판하는 뉴스가 지상파 방송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관련 보도에서 여지를 남겨놨듯이 추가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패를 캐고 공직기강을 잡는 민정수석실 존재이유가 의심받는 상황이 연말 내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특별감찰반원 전원을 교체하고 원대복귀시킨 기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추가 의혹이 제기될수록 자꾸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청와대 소속 지위를 권력으로 내세운 정황과 더불어 현행법 위반 여부가 가려지면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도 내용대로라면 적용될 수 있는 현행 법률은 ‘김영란법’ 위반이다. 청와대는 공직기강과 민정·반부패 비서관실 소속 특감반원 6명이 골프를 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경비를 스스로 낸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외부 인사와 골프 회동에서 ‘부정청탁’에 준하는 내용이 오고갔을 정황을 가리는 게 핵심이다.

▲ 청와대. ⓒ 연합뉴스
▲ 청와대. ⓒ 연합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는 금품에 대해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등의 사용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의 편의 제공” 등으로 폭넓게 규정돼 있다. 또한 부정청탁과 관련해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등의 인사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라고 돼 있다. 특별감찰단원 김아무개씨가 했던 행위, 그리고 다른 특별감찰단원들의 골프 회동에서 김영란법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조국 수석은 그동안 김의겸 대변인을 통하거나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조국 수석은 “민정수석실 업무원칙상, 특별감찰반 소속 일부 직원의 비위로 보도된 사항은 감찰 사안으로 확인해 드릴 수 없다. 복귀한 소속청이 조사 후 최종적으로 사실을 확정할 것이다. 비위와 무관한 특감반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실로써는 감찰을 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원대복귀한 기관의 감찰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사안의 파급성을 고려했을 때 조국 수석의 입장은 소극적으로 비춰졌다.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국 수석이 전면에 등장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께 직접 사과하는 발표 형식을 취하고 청와대의 공직기강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조국 수석의 사퇴 요구가 제기되는 마당이고 감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국 수석이 나설 경우 정치적 공세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는 반대편 주장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순방에서 돌아와서 내놓을 메시지도 관심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국내 상항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받았다”며 “(조치 지시 여부 등을) 대통령이 제게 말씀하신바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믿어주길 바란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 꼭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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