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이라는 단어는 세계 여러 나라 정치에 유행처럼 번졌다. 보통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적 태도’를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이 포퓰리즘은 한국에서 부정적 언어로 사용된다. 보통 표를 얻으려고 예산을 과도하게 뿌리는 정치에 포퓰리즘 딱지를 붙인다. 진짜 ‘포퓰리즘’은 나쁘기만 할까? 

보통 극우 세력을 ‘포퓰리즘’과 연결 짓는데 좌파 포퓰리즘과 우파 포퓰리즘은 어떻게 다를까? 좌파 포퓰리즘은 우파 포퓰리즘과 달리 사회에 이로울까? 이같은 질문에 생각을 나누는 포럼 ‘포퓰리즘 시대의 민주주의: 정치의 실패인가 전환인가’가 30일 참여연대의 참여사회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은 포퓰리즘을 ‘소수의 적대세력에 맞서 최대한 다수 동맹을 구축하는 시도’라며 좌우를 불문하고 ‘소수 특권층이나 엘리트와 다수 서민’ 구도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 위원은 포퓰리즘 중 우파 포퓰리즘과 좌파 포퓰리즘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장 위원은 현재 포퓰리즘 국면에서 기선을 잡은 쪽은 우선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나치즘 부활을 연상케하는 독일대안당, 프랑스의 마린르펜 열풍 등이 그 사례다. 우파 포퓰리즘의 공통점은 늘 ‘외부자’(유대인, 무슬림, 유대인종, 이주 노동자, 난민 등)를 지적하면서 대중과 대결구도를 제시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외국인 노동자, 자국민과 똑같이 취급해야 하나”라는 말을 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포퓰리즘 시대의 민주주의: 정치의 실패인가 전환인가' 포럼. 사진=정민경 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포퓰리즘 시대의 민주주의: 정치의 실패인가 전환인가' 포럼. 사진=정민경 기자.
반면 장 위원은 좌파 포퓰리즘은 ‘특권층 vs 인민’이라는 구도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포데모스 정당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가 낡은 정치 엘리트들을 ‘카스트’라 비판하며 표를 모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혹은 영국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돌풍도 있다. 장 위원은 이들이 ‘오랜 반골 이력’이 있고 대중과 해당 정치가가 동일한 정체성을 공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최근 벨기에의 정치학자 샹탈 무페(Chantal Mouffe)의 책 ‘좌파 포퓰리즘을 위해’를 언급하며 지금까지는 포퓰리즘이 ‘우파 포퓰리즘’ 위주로 인식되며 민주주의의 병리 현상으로 바라봤지만, 이제는 좌파들이 ‘좌파 포퓰리즘’을 이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은 한국형 ‘좌파 포퓰리즘’의 가능성을 갑질에 대한 국민의 공분에서부터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정의당 소속인 장 위원은 정의당 슬로건인 ‘갑질 없는 나라’ 등으로 포퓰리즘 전략의 출발이 될 수 있는 시도도 있었다며 진보정당이 좌파 포퓰리즘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희정 문학 평론가는 진보적인 정권이나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하더라도 소수자 배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에 섰다. 손 평론가는 포퓰리즘이 대중정치를 추동할 때 ‘내적 결속’이 중요한데, 그런 내적 결속을 소수자 배제를 만들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 사례로 손 평론가는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촛불 시위에서 여성이나 장애인, 성소수자 혐오발언이 나왔을 때, “우선은 탄핵이 중요하니까 다른 의제를 포기하고 한마음으로 가자”고 말했던 좌파진영 인사들을 꼽았다. 손 평론가는 좌파 포퓰리즘이 음모론적 성격과 만나 ‘적폐’라는 뚜렷한 적을 없애기 위해서는 다른 의제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결국 소수자를 배제하기도 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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