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불이 난 지 엿새가 지났다. KT는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이 거의 모두 복구됐다고 밝혔지만 영향권 내 유선전화를 쓰는 자영업자는 피해를 호소했다. 피해 범위와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는 30일 오후 KT 아현지사가 위치한 서울 충정로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영업 불능인데 KT는 복구 일정 등 어떤 정보도 고지하지 않는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KT는 계속 90% 이상 복구됐다는데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충정사거리 부근 ‘ㅎ’ 음식점 사장은 “우리 식당 주 고객은 단체손님인데 전화를 걸 수도, 받을 수도 없다. 한 팀만 놓쳐도 25만원인데 지금까지 예약손님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인근 ‘ㅈ’ 떡집 사장은 “떡가게는 전화 주문이 대부분인데, 1주일 넘게 전화가 안 되니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연합회는 피해 소상공인들이 최소 30% 이상 영업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영향권 내 자영업자 17만명 가운데 지금도 문제를 겪는 이들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 소상공인연합회는 30일 오후 KT 아현지사가 위치한 서울 충정로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 통신 피해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소상공인연합회는 30일 오후 KT 아현지사가 위치한 서울 충정로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 통신 피해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KT가 복구 상황이나 예상 시점을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진다고 했다. 전화선이 언제 복구될지 몰라 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지 못하고 지키고 있다. 연합회는 “고객이 한번 발길을 돌리면 되돌리기 힘든데, 문을 열어도 장사를 못해 단골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근재 외식업중앙회 종로지회장은 “외식업은 일 주일 장사가 안 되면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그 달은 망하는 달이 된다. 그런데 KT는 고지는커녕 전화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 이것은 KT의 갑질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들은 KT가 소상공인 피해 호소를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우리끼리 현장에서 피해를 조사하지만 한계가 있다. 기다린 끝에 KT에 피해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자고 전화와 공문 등으로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KT아현지사 부근에서 ‘KT 불통사태 피해 소상공인 신고센터’ 천막을 세우는 등 온오프라인으로 피해를 접수하고 있다.

▲ 소상공인들이 소상공인연합회가 설치한 피해사례 신고센터를 방문해 접수한 KT통신 피해사례 신고서. 사진=김예리 기자
▲ 소상공인들이 소상공인연합회가 설치한 피해사례 신고센터를 방문해 접수한 KT통신 피해사례 신고서. 사진=김예리 기자
▲ 소상공인연합회는 30일 오후 KT 아현지사가 위치한 서울 충정로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 통신 피해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소상공인연합회는 30일 오후 KT 아현지사가 위치한 서울 충정로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 통신 피해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연합회는 “KT의 무능과 외면이 지속된다면 전국 소상공인과 연대해 해지와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황창규 KT 회장을 향해서는 “사태 예방은 물론 대응도 못하고, 피해자들의 대화 요구도 묵살한다.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복구 상황에는 “인터넷은 99% 복구됐다. 유선전화는 화재로 문제를 겪은 23만 회선 가운데 1만대 조금 넘게 복구가 안 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예전 동(銅)케이블의 경우 무거워서 복구가 오래 걸리는데, 지금까지 30% 정도 됐다. 얼마나 더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 대책을 놓고는 “결제시스템 무선라우터를 배포했고, 29일부터 전화를 무선으로 착신전환하는 서비스를 시작해 오늘 신문광고를 냈다”며 “요금감면 외 보상책과 공동조사단 구성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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