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명 사망자를 내고 동체가 파괴된 ‘KAL 858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JTBC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이 미얀마 현지에서 잔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사고해역에서 과연 우리 정부는 수십년 간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JTBC는 29일 저녁 방영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미얀마 현지취재, KAL858 잔해를 찾아서’에서 KAL858기 추락한 곳으로 추정되는 뱅골만 안다만해역에서 잔해를 수거했다. 제작진은 미얀마의 라웅론복 섬 해역(마을에서 50km, 라웅론복 섬에서 30km 떨어진 지점)까지 사고현장을 둘러봤다. 현지 바다속 수심은 50m가 채 되지 않고, 육안으로도 내부가 깨끗하게 보일정도로 시정이 좋다.

이규현 탐사기획국장은 방송에 앞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 인근에서 저희가 7박8일 취재하면서 수색했는데 그때 저희가 수거했다”며 동체 잔해를 스튜디오에 가져와 공개했다. 고무와 금속 등으로 구성된 잔해를 두고 이 국장은 “항공전문가 검증을 받은 결과 ‘배나 차 이런 것이 아니고 항공기의 부품이다. 그것도 이착륙시스템인 랜딩기어의 제동장치의 일환(일부)’라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항공전문가는 스포트라이트 방송에서 랜딩기어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특히 방송에서 이 튜브처럼 생긴 잔해에 굿리치(GOOD RICH)라는 상호가 적혀져 있어 이를 추적한 결과 실제 보잉707기종(KAL858기의 기종)의 랜딩기어 잔해에도 동일하게 굿리치라고 박혀 있었다.

▲ JTBC 스프트라이트 제작진이 KAL858기 추락해역으로 추정되는 미얀마 현지에 가서 발견한 잔해. 사진=JTBC 영상갈무리
▲ JTBC 스프트라이트 제작진이 KAL858기 추락해역으로 추정되는 미얀마 현지에 가서 발견한 잔해. 사진=JTBC 영상갈무리
이는 미얀마의 한 어부가 지난 1996년에 인근 50km 떨어진 해상에서 그물로 끌어올렸다. 해상의 바닥에서 그물로 이것을 끌어올리면서 발견했다. 이규연 국장은 “당시 랜딩기어에 큰 금속동체가 붙어 있었는데 그거(금속)는 값이 좀 나가서 고물상에 팔았고, 이것은 금속이나 고철로서 값이 별로 안 나가서 (안 팔았다)”고 했다.

이 국장은 “지역에서는 잔해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소문의 하나가 저희한테 들어왔다. (KAL858사건진상규명) 대책위에, 가족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이렇게 많은 잔해는 상당수가 이미 다 태국으로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전두환-노태우 정부 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진실위원회도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고, 시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으나 동체는 이미 미얀마와 태국을 오가며 팔려나갔다.

정부가 당시에 잔해 수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100명이 넘는 자국민 목숨이 사라졌는데 정부는 열흘 수색하고 끝냈다. 이규연 국장은 “유족들이 31년간 저렇게 통곡하고 저렇게 억울해 하는 부분”이라며 “당시 보면 시신도 없었고 유골 하나도 없었고 유품도 하나도 없었다. 핵심 동체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규연 국장은 “열흘간 수색하면서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고, 수색이 끝난 이후부터 한 몇 년 동안 거기서 부유물들이 뜨기 시작했다. 그 후에 확보된 부유물이 7건이었다. (가라앉은 것은) 못 건졌다”고 말했다.

▲ JTBC 스프트라이트 제작진이 KAL858기 추락해역으로 추정되는 미얀마 현지에 가서 발견한 잔해. 사진=JTBC 영상갈무리
▲ JTBC 스프트라이트 제작진이 KAL858기 추락해역으로 추정되는 미얀마 현지에 가서 발견한 잔해. 사진=JTBC 영상갈무리
다만 이 국장은 제작진이 찾아낸 것이 아직 858기의 잔해라고 추정되는 물질이지 아직은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몇가지 이유에서 추정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첫째, 경남 합천 폐기물회사에서 보잉707 폐항공기를 발견했는데, 우리가 수거한 랜딩기어 장치와 비교해보니 굿리치가 쓰여 있었다. 둘째 재질과, 모양, 크기 등도 거의 흡사했다. 셋째 뱅골만 안다만 해역에서는 지금까지 큰 항공기 사고가 2건이었는데, 2016년 있었던 추락사고와 1987년도 KAL기 사고다. 이 어부는 1996년도에 발견했다. 부품도 굉장히 오래 바다 속에 들어가 있는 흔적인 따개비 같은 게 붙어 있었다.

이 국장은 “그렇지만 당연히 전문가, 공식기구에서 확인을 해야 하나 강한 추정은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게 발견 지점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사실은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회는 지난 29일 전두환 집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열어 ‘KAL858기 가족들이 학살자 전두환에게 보내는 항의문’에 “2018년 11월 중순에 한 방송사(JTBC)가 미얀마 지역 해안가를 찾아가 널브러져 있는 기체 잔해들을 사진으로 보내왔을 때, 우리는 분노했고, 오열했다”고 밝혔다.

현지 취재를 했던 봉지욱 JTBC 기자는 28일 페이스북에서 국토부 관계자가 “돈 없어 KAL858 잔해인지 확인 못해줘....만약 한다고 해도 무슨 실익있냐”고 말한 점을 들어 놀랐다고 지적했다. 봉 기자는 “31년전 테러 폭파 사건이라 하더라도 동체와 유해는 끝까지 찾아야 한다. 지금도 미얀마와 태국 고물상에는 비행기 동체들이 곧잘 팔려나가고 있었다. 수심 50미터도 안 되는 바다에 빠졌는데. 국토부는 31년간 단 한 번도 거길 안 갔다. 수색이 전혀 안 이뤄졌다. 이러니 유족이 아직도 억울할 수밖에 없다. 누가 유족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 지난29일 방송된 JTBC 스프트라이트. 제작진이 KAL858기 추락해역으로 추정되는 미얀마 현지에 가서 발견한 잔해에 쓰여진 GOOD RICH라는 글씨와 이 비행기의 기종인 보잉707기 잔해 쓰여진 글씨를 비교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갈무리
▲ 지난29일 방송된 JTBC 스프트라이트. 제작진이 KAL858기 추락해역으로 추정되는 미얀마 현지에 가서 발견한 잔해에 쓰여진 GOOD RICH라는 글씨와 이 비행기의 기종인 보잉707기 잔해 쓰여진 글씨를 비교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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