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공직기강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비위가 언론에 보도됐다. 특별감찰단원 전원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뒷북 처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직원이 지난달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찾아와 공무원 뇌물 사건의 진행사항을 물었는데 감찰의 일환이 아니었고 피의자인 건설업자 최아무개씨와 특별감찰반 소속 직원이 아는 사이로 확인됐다는 28일자 KBS 보도로 촉발됐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의 폭행 사건과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이 개인 일탈 성격이 강한 반면 이번 사건은 청와대 지위를 이용해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짙다. 공직기강 문제가 청와대 직원 개인 일탈을 넘어서 청와대 조직 시스템의 문제로 확산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청와대가 KBS 보도 이후 하루가 지난 29일 오후 “특별감찰반에 대한 감찰결과 비위행위와 관련없다 하더라도 특별감찰반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특별감찰반장을 비롯한 특감반원 전원 교체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번 사태가 청와대 공직기강 문제를 송두리째 뒤흔든 문제로 보고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반원 전원 교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우선, 비위 혐의를 받는 특별감찰단원이 추가로 더 있다는 게 확인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미 검찰에 복귀한 특감반원 외에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혐의가 있는 특감반 파견 직원을 즉각 소속기관으로 돌려보내고, 소속기관이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할 것으료 요구한다”고 말해 추가 비위 행위자가 있음을 암시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추가 비위 혐의를 받는 특별감찰단원의 수를 묻는 질문을 받고 “숫자나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좀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하면서 의문을 키웠다. 감찰단원의 추가 비위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감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경우 논란만 키운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청와대가 비위 행위를 감추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역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의 추가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감찰단원 전원 교체를 발표한 후 29일 저녁 SBS는 “청와대가 특별감찰반 직원을 모두 교체한 건 방금 전해드린 두 명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특별감찰반 직원들이 친목을 도모한다면서 근무 시간에 단체로 골프를 친 사실이 청와대 감찰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SBS는 “청와대가 이번에 특감반 전원을 교체한 건 검찰 직원들의 비위 사실과 함께 직원들의 골프 회동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추가 비위 행위가 있었다는 정황이 짙어지면서 특별감찰단원 전원 교체도 이 같은 배경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는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다.

SBS 보도에 이어 비위 행위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언론보도가 쏟아지면서 청와대는 궁지에 몰린 형국이 됐다.

▲ 조국 민정수석.
▲ 조국 민정수석.

세계일보는 사정기관 관계자 말을 인용해 “김 수사관과 최씨(KBS 보도에 나온)가 평소 어울려 다니며 다른 특감반원에게 골프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안다”며 “그것이 특감반 전원 교체라는 이례적 조치가 나온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30일 사정당국과 여권을 종합하면, 자신의 지인이 연루된 뇌물 수사 진행 상황을 경찰에 캐물은 일로 원직복귀 조치된 그(특별감찰단원 김아무개)는 특감반 시절 골프접대까지 받은 걸로 파악된다”면서 “특감반은 특감 대상자를 추적한다. 대상자가 골프를 치면 같이 골프를 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다른 부서처럼 사무실 내근이 적은 것도 특감반의 특징이다. 그러나 김씨는 특감반 고유의 목적이 아닌 사적인 골프도 쳤다.(중략) 일부 다른 특감반원들도 김씨와 함께 근무시간 골프를 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근무시간에 골프를 친 행위의 적절성 여부는 가려야 되겠지만 골프향응 정황이 있고, 다른 특별감찰단원도 골프 향응 의혹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특별감찰단원 전원 교체 카드가 빛이 바랜 것은 지난달 김아무개씨가 지인의 건설업자가 피의자로 돼 있는 사건을 캐물었다는 것을 인지해 원대복귀를 시켰다고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고, 추가 비위 행위 의혹까지 제기되는 시점에서 떠밀려 이뤄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30일 오전 조국 민정수석이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난처함이 묻어난다. 조국 수석은 “민정수석실 업무원칙상, 특별감찰반 소속 일부 직원의 비위로 보도된 사항은 감찰 사안으로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복귀한 소속청이 조사 후 최종적으로 사실을 확정할 것이다. 비위와 무관한 특감반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조국 수석은 “민정수석실은 특별감찰반 직원 중 일부가 비위 혐의를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특별감찰반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조직쇄신 차원에서 전원 소속청 복귀 결정을 건의했다. 검찰과 경찰에서 신속 정확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선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감반을 책임지는 조국 민정수석이 SNS만 하니 근무기강이 해이해진 것으로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러지 말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는 게 정답”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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