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18개월 만에 반토막났다. 80%까지 갔던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에 비해 3.2%포인트 하락한 48.8%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3.3%p 오른 48.8%로 나타났다. 두 달 연속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아침신문들은 문재인 정부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다.

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주목할 점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주당으로 기울었던 중도층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50%)가 긍정평가(46.5%)를 앞섰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 취임 후 우호적이던 50대 장년층도 부정평가(57.4%) 우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진보·보수·중도층 모든 이념층, 20·30·50·60대 이상 연령층, 주부·자영업·노동직, 호남·충청·경기·인천·부산·울산·경남 등에서 지난주보다 지지율이 하락했다.

핵심 원인은 경제·민생문제다. 경향신문은 사설 “대통령 지지율 50% 붕괴에 담긴 ‘민심의 경고’ 새겨야”에서 “지지율 하락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 지지부진한 개혁,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내부 분열 등이 중첩돼 빚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실제 ‘일자리정부’를 내세웠으나 성과는커녕 고용지표는 날로 악화되고 있고, 양극화는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지지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져 부정평가가 더 높아지면 그 추진력이 약해지고 정책이나 개혁 수행은 더 어려워진다”며 “이제는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을 우선시하고 구체적인 정책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통이 부재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신문은 “한편으로 외양만 부드러웠을 뿐 실은 일방통행식 국정을 운영해온 대목은 없는지도 돌아봐야 한다”며 “협치의 실종, 소통의 부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까닭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18개월 간 취업전망지수 궤적이 대통령 지지율 추이와 일치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文대통령 지지율? 취업전망지수가 먼저 안다”란 기사에서 “취업전망지수는 문 대통령 첫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고용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던 방침에 따라 현 정부 출범 직전 86에서 121로 상승했다”며 “당시 지지율도 80%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고 했다.

▲ 30일자 조선일보 33면 기획기사
▲ 30일자 조선일보 33면 기획기사

하지만 조선일보는 “올 1월 취업기회전망지수가 기준치(100) 아래인 93으로 하락하면서 지지율도 60%로 떨어졌다”며 “이후 93~97을 유지하던 취업기회전망지수가 올 7월부터 87로 더 하락하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도 추락 속도가 빨라졌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11월엔 취업기회전망지수가 75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지지율도 최저수준(한국갤럽 53%)으로 기록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심리와 국정지지율 동조화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과거 정부에서도 일자리 기대감과 체감 경기 등 경제심리가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동조화 현상이 더 뚜렷해진 게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출범 당시 ‘일자리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전 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했던 현 정부 들어 고용 여건이 더 악화하는 바람에 실망감도 더 크게 투영되고 있다”고 봤다.

중앙일보도 사설 “급락한 문 대통령 지지율, 국정 기조 확 바꿔야 오른다”에서 “문 대통령을 찍진 않았지만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로 지지를 표했던 부동층이 이탈해 거품이 꺼지고 원조 지지층만 남은 형국”이라며 “첫 경고음의 의미를 무겁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인 진단에는 경향신문과 차이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기업들이 ‘공포감마저 느낀다’며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청와대 참모진은 비현실적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고집해 지지율 폭락의 주범이 됐다”며 “여론을 의식한 문 대통령이 경제사령탑을 전격 교체했지만 소득주도 성장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인사를 한 탓에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문제 삼았다.

대북 정책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중앙일보는 “나라의 안보망에 불안을 안긴 대북정책도 지지율 하락의 다른 이유”라며 “4·27 판문점 선언 이래 7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은 비핵화 조치 대신 여전히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비핵화 진도는 더딘 마당에 문 대통령은 외국에 나갈 때마다 ‘대북제재 완화’를 외쳐 국제사회의 빈축을 낳게 했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하락의 해법을 우클릭으로 내세운 곳은 이 뿐 아니다. 한국일보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 기대는 헛될까”란 칼럼에서 “반대편 배려를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유한국당과 협치를 뜻했다. 칼럼을 쓴 황상진 한국일보 논설실장은 “추구하는 가치와 서 있는 입장이 다르다고 배척하거나 반대편 의견에 귀를 닫는다면 정책은 균형을 잃는다”며 “제 1야당의 행태가 어이없어도 더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기업 행보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칼럼에선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갑질 행태가 밉지만 기업과 기업인의 기를 살려 경제활력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며 “노동자 권리 향상과 처우 개선만큼 지속 가능한 기업경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히 최저임금, 비정규직, 주52시간, 일자리 정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은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재 점검해야 한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않고 면밀한 준비와 부작용에 대한 대비 없이 불쑥 내놓았다가 뒷수습에 급급하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반면 협치가 답이 아니며 현 집권여당의 태도가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겨레는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칼럼에서 한부모 가족 지원을 위해 책정한 예산 61억원을 삭감하자고 주장한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오늘날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과연 ‘협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야당과 타협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 의미다.

김종철 발행인은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을 부인한 걸 문제라고 봤다. 이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자, 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사항이고, 양식있는 학자·지식인 등이 대부분 공감하는 사안이다.

김 발행인은 이 대표가 20년을 집권해 개혁을 이어가야 한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그는 “요컨대 ‘20년 집권’을 위해 비례성이 제거된 승자독식 제도가 낫다고 생각하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싫다는 것”이라며 “공약 이행을 거부하고 가장 합리적인 정치개혁으로 대부분 지식인이 동의하는 제도 도입을 배척하면서 이 집권당 지도자가 꿈꾸는 좋은 나라란 어떤 나라일까”라고 비판했다.

▲ 30일자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 30일자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대통령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6.2%를 기록했다. 몇몇 언론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국당에 다시 입당하는 등의 행보를 두고 ‘한국당이 지지율을 회복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고 표현했다.

지난 29일 MBC는 메인뉴스에서 오 전 시장이 이날 한국당에 복당하면서 서울시장 중도사퇴와 탄핵 정국 당시 탈당한 걸 사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한 한국당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 입당 제의를 했고,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에 입당의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날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조사에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최순실 태블릿PC’ 사건 발생 당시인 2016년 10월 이후 처음 25%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당을 향해 “착각해선 안 된다. 한국당이 잘해서 오른 것이 아니고, 수치도 총선·대선 승리와는 아직 까마득하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는 오 전 시장 복당 소식을 전하며 황교안 전 총리를 언급했다. 이 신문은 “오 전 시장의 합류로 ‘전원책 해촉’ 사태로 휘청거렸던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행보도 탄력을 받게 됐다”며 “현재 최대 변수는 친박계에서 전당대회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의 행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30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강사 해고 멈춰라’ 교수들이 나섰다”
국민일보 “한가한 국회, 뻔뻔한 한유총…국민만 속터진다”
동아일보 “비위 감시할 靑특감반, 비위로 전원교체”
서울신문 “근로정신대 恨도 풀렸다…바로 선 ‘정의’”
세계일보 “靑, 잇단 비위 물의 특감반 전원 교체”
조선일보 “김정은의 12월 답방 美·北에 다시 타진”
중앙일보 “한·일 서로 이해하는 건 지는 게 아니다”
한겨레 “한국당, ‘유치원 횡령’ 처벌할 법개정도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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