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법무부 단속 과정에서 추락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법무부가 당시 찍은 장면 일부를 공개했다. 법무부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정상 착지했다’며 단속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으나 시민사회는 ‘면피성 공개’라며 전체 영상과 대응 매뉴얼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언론보도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김포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국적 미등록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달아나려다 추락한 사건에 책임을 묻는 보도가 잇따르자 법무부가 내놓은 해명이다. 8월22일 당시 고 딴저테이씨는 1층 간이식당 창문 밖 8m 지하 공사현장으로 떨어졌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9월 숨졌다. 경찰은 당시 단속 과정의 과실 여부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지난달 수사를 종결했다.

법무부는 “당시 미얀마인은 식당 창문을 안전하게 뛰어넘어 공사장 가설 쇠파이프 구조물을 잡고 난간에 정상 착지했다. 이 과정에서 단속 직원의 강제력 행사나 추격은 없었다”고 밝혔다. 단속반이 당일 찍은 바디캠 영상장면의 캡쳐본도 배포했다. 사진엔 딴저테이씨가 창문을 넘어 옆 공사구조물 난간에 착지하는 순간이 담겼다.

 

▲ 지난 20일 법무부가 설명자료에 붙인 사고 당시 바디캠 캡쳐사진. 법무부는  사진이 “식당 창문(사진 오른쪽)을 뛰어 넘어 쇠파이프를 잡고 비계 난간에 1차 착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법무부 설명자료 갈무리
▲ 지난 20일 법무부가 설명자료에 붙인 사고 당시 바디캠 캡쳐사진. 법무부는 사진이 “식당 창문(사진 오른쪽)을 뛰어 넘어 쇠파이프를 잡고 비계 난간에 1차 착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법무부 설명자료 갈무리

법무부는 “창문을 넘어 도주한 다른 외국인들은 별다른 사고 없이 단속 현장을 벗어났으나, 미얀마인은 안전하게 1차 착지한 후 맞은편 아래 구조물 등으로 혼자서 재차 뛰어 넘어가려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딴저테이씨가 무리한 선택을 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시민사회는 ‘여전히 모든 것이 모호하다’고 반박했다.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노동자 딴저떼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책위도 법무부를 방문해 해당 바디캠 영상 일부를 열람했다. 이 1분도 안 되는 영상을 보고는 딴저테이씨가 ‘안전하게’ 착지했는지, 이후 이동했는지는 전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은 “난간처럼 위험한 곳에 착지한 것을 두고 어떻게 ‘안전’ 혹은 ‘정상’ 착지라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딴저테이씨는 그 직후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데, 법무부가 그 뒤 정황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준형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단속반원이 창밖에서 막아 평지가 아닌 구조물을 향해 뛴 것으로 보인다. 여부를 가리려면 전체 맥락을 공개해야 하는데 법무부는 지금까지 답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달 한 차례 단속계획서와 보고서, 채증영상 등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 청구했다. 법무부는 국가안보와 외교관계, 사생활의 비밀 침해 우려 등을 들어 비공개했다.

 

▲ 이주공동행동은 지난 7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살인단속 책임자 무혐의 결론 경찰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주공동행동은 지난 7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살인단속 책임자 무혐의 결론 경찰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책위는 무엇보다 법무부가 단속 자체의 위험성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딴저테이씨가 순간 안전하게 착지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부당한 단속관행은 면피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반성과 사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공개한 적 없는 법무부 및 각 출입국의 사상사고 보고체계와 매뉴얼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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