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권 독립이 공적 장치로 인정돼 정부의 공적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편집권 독립을 명시하는 신문법 개정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가 28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 개정된 신문법에 따르면 편집위원회 구성(5조)이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 조항이다. 언론사 내부 자율에 맡기는 것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하며 “신문 지원사업과 편집 자율성 정도를 연계해야한다”고 밝혔다. 편집권이 보장되는 언론사일수록 일종의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실질적 편집권 독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껏 편집권 독립은 언론노동자들의 투쟁 또는 경영진의 ‘선의’로 구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편집권 독립이 곧 해당 신문사의 진흥으로 연계될 경우 전반적 저널리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석빈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2009년 이후 언론현장에서 편집권이 대단히 악화됐다. 신문법의 편집권 독립 관련 조항들은 사문화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편집권이 독립된 언론사에 공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좋은 언론이 더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상식을 법·제도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기자들은 신문법에 편집권 독립을 명시하는 것에 긍정적 입장을 냈다. 장형우 서울신문 기자는 “2000년 서울신문에서 편집국장 직선제가 이뤄졌다. 당시는 편집국장이 편집인이었다. 하지만 2009년 직선제가 폐지되고 임명동의제로 후퇴했다. 이후 편집국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진보적 성향의 기자들 독서모임을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해산시켰다. 보복성 인사조치가 이어졌다. 신문 논조의 보수화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 전국언론노조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가 28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장형우 서울신문 기자(맨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 전국언론노조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가 28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장형우 서울신문 기자(맨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장형우 기자는 “서울신문 소유구조상 낙하산 사장은 상수다. 정부 성향에 맞춰 편집국이 알아서 자기 검열하는 게 있다”며 “편집권 독립이나 편집 자율성을 유지·강화하는 신문사에 법·제도적 인센티브가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제성 연합뉴스 기자는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공영언론으로서 정부 구독료를 받고 있는 연합뉴스는 공적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정부 연합뉴스는 정부 홍보 기사를 남발하고 불공정한 보도를 일삼았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2012년 103일간의 파업으로 맞섰고, 편집권의 독립을 담보할 편집총국장제를 확보했다. 그러나 2015년 박노황 사장은 편집총국장제 무력화를 시도했다. 홍 기자는 “지금은 과거 훼손된 편집권 독립에 제도적 복원은 이뤄졌지만, 근본적으로 편집권 독립을 위해 지배구조와 사장선임 절차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정부 입김을 최소화할 방향으로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신정원 뉴시스 기자는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뉴스1은 머니투데이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뉴시스는 2014년 머니투데이가 인수한 이후 편집권 독립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경영진과 자본권력의 편집권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신 기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우호적 기사로 광고를 따내거나 불리한 기사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엿 바꿔먹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에 비판적 시리즈를 기획해 광고비를 유인하는 사례도 발견됐다”며 “경영진의 편집권 훼손을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윤석빈 언론노조 부위원장은 “노사 모두 신문법에 편집권 독립을 의무화하자고 외칠 때, 많은 국민이 좋은 신문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는 2019년부터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신문법 개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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