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가 청와대의 국가안보실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한미공조에 이상이 있다’고 보도한 기사를 삭제했다.

청와대가 내용과 형식 모두 안보실 문건이 아니며 청와대 사칭 메일 속 첨부문건의 제목이 같다며 출처를 요구한데 이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하루 만이다.

아시아경제는 관련 보도를 26일 석간 신문을 통해 내놓자 청와대가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기사를 내리지 않아 후속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아시아경제는 28일 오전 관련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경제 온라인판에서 관련 기사를 작성한 A기자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26일자 보도 두건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언론 매체가 기사를 삭제했다는 것은 기사상 오류를 인정한 것으로 통상 해석한다. 특히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가 아닌 기사 삭제는 기사의 근거가 통째로 흔들렸거나 부정확한 내용을 근거로 인용했다고 판단해 이뤄진다.

▲ 지난 26일자 아시아경제 보도.
▲ 지난 26일자 아시아경제 보도.

전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 사건이 단순한 오보 차원을 넘어서 언론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악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허위조작 정보가 생산 유포된 경위가 대단히 치밀한데다 담고 있는 내용 또한 한미동맹을 깨뜨리고 이간질하려는 반국가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청와대는 특정 세력이 언론 매체의 보도를 활용해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국가안보를 흔들려는 시도로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아시아경제의 보고서 입수 경위는 사실상 이번 사건을 밝히는 핵심키가 됐다.

사실상 아시아경제가 수사 대상이 되면서 보고서 입수 경위을 밝히라는 거센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경제가 관련 기사를 삭제한 것은 청와대 사칭 메일의 첨부문건 보고서와 입수한 보고서 내용이 일치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뜻일 수 있다.

청와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 서아무개씨가 보냈다는 이메일에 첨부된 문건의 제목이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문건의 제목인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과 같은 것으로 나왔다. 아시아경제가 입수했다는 보고서와 청와대 사칭 메일의 첨부문건 보고서 내용이 일치한다면 아시아경제가 관련 메일을 받고 출처 확인 없이 보도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한편으로 아시아경제가 다른 루트를 통해 관련 보고서를 입수했더라도 청와대 사칭 메일의 보고서 내용과 일치했다면 접촉 인사가 누구인지 관건이 될 수 있다. 아시아경제가 관련 기사를 보도하기 전 접촉했던 인물까지도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안은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은 언론 보도의 조급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특히 국가안보와 외교에 관련돼 있는 내용을 부실하게 취재했을 때 위험성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아시아경제가 관련 기사를 삭제해놓고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관련 기사를 쓴 A기자와 보도 데스크를 맡은 B부장은 수차례 입장을 요구하는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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