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5년 6개월을 강의하고 해고됐다. 5년 넘게 일했지만 장기근속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유는 4개월 마다 계약을 하기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4개월에 한 번 교체하는 비품이 뭐가 있을까. 프린터 토너 정도일까. 강사들도 마찬가지다. 대학들이 지금 강사법 시행 이전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비용 문제가 아니다. 대학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강사를 비품처럼 써 온 방식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사법과 대학의 올바른 변화 방향’ 토론회에서 채효정 경희대 해고강사의 말이다. 

그의 지적처럼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은 하반기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언론이나 내부에서 스스로 구조조정을 밝힌 대학들만 해도 중앙대, 성신여대, 서울과기대, 대구대, 연세대, 경희대, 고려대, 건국대, 한양대, 배재대 등 열 여개가 넘는다. 이 대학들은 대부분 △강사 수 감축 △졸업이수학점 축소 △전임교원 강의 확대 등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수업의 질은 나빠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기사: 강사법 시행될까 “대량해고 현실”vs“법 말고 대학이 문제”)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사법과 대학의 올바른 변화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사법과 대학의 올바른 변화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2018년 개선 강사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강사들은 교원 지위를 갖게 되고 대학과의 계약기간도 1년 이상으로 맺는다. 이에 따라 퇴직금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대학은 방학 중 임금도 지급해야 한다. 대학들은 비용을 핑계대면서 강사들은 대거 해고하려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강사법이 시행 되도 추가로 대학이 지급해야할 비용은 전체 수입 대비 낮은 비율이다.

강태경 전국대학원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구조조정이 언급된 학교들의 강사료와 전체 수입 대비 강사료 비율을 발표했다. 배재대의 경우 전체수입 대비 강사료 비율이 3.09%였고 대구대는 2.18%, 성신여대는 2.07%, 중앙대는 2.33%, 고려대는 1.55%, 연세대는 1.65%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려대의 2017년 시간강의료는 서울, 세종, 의대를 모두 포함해 101억 원이었고 학교의 등록금 수입과 비등록금 수입 6553억 중 1.55%였다는 것. 산학협력단 예산 3000억 원을 포함하면 1%정도로 내려간다.

강태경 부지부장은 “강사법이 시행돼서 추가로 대학이 내야하는 금액은 전체수입의 0.8%~1.5% 정도다. 이를 근거로 지금 대학들은 수업의 20~50%를 줄이고 졸업학점을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대학 측의 조치를 비판했다. 강 부지부장은 “이런 반교육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추가 인건비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반교육적 처사이며 그동안 엄청나게 절약해온 인건비를 시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학이 비용 핑계를 대며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를 두고 “예전처럼 싸게 부려먹고 쓰다 버리면 되는 시간강사제도의 유지를 위해 강사법 시행을 저지하려는 전략이거나 혹은 개정 강사법 시행과 무관하게 그동안 해 왔던 구조조정을 이번 혼란기에 대규모로 하겠다는 대학기업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대학에 있는 정교수들이 강사법 개선안에 대한 외면이나 비난이 아니라 대학본부에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 위원장은 “백번 양보해서 대학의 말대로 재정위기에 봉착해 있다면 그 이유는 평균 월 100만원을 겨우 받을까 말까한 강사가 아니라, 평균 월 1000만원을 받는 힘이 막강한 대학 정교수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