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급하게 어린이집에 병가를 냈다. 수술 받고 며칠 안돼 한 아이 엄마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1년 전, 우리 아이 얼굴을 발로 찼냐’는 확신에 찬 질문이었다. ‘무슨 말씀이냐, 그런 일이 없다’는 답을 보냈다. 당황스러웠다. 아이 엄마는 마지막으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정신이 멍해졌다. ‘아이는 피해자고, 나는 가해자’라니. ‘내가 아이의 얼굴을 발로 찼나?’, ‘기억을 못하고 있나?’하며 나를 의심했다. 기억도 믿지 못하게 됐다. 내가 아이를 발로 찬 거 같았다. 자책했다. 며칠이 지나 ‘내가 고작 이거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구나’라는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냥 무력해졌다.

얼마 전 김포에서 한 교사가 아동학대 교사로 몰려 생을 달리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여섯 명이 입건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2년 전 아산에서도 아동학대를 의심한 양육자가 CCTV를 돌려보고 교사를 질책하고 또 그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교사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교사에게 ‘아동학대 교사’라고 낙인찍는 일은 한 사람의 인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서 그냥 밀어버리는 일이다. 그나마 이런 일들은 언론에 보도된 일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너무 많은 어린이집에서 너무 많은 교사들이 일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로부터 모욕적인 말이나 폭행 등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교사는 44.5%다. 특히, 직접 폭력과 폭언을 경험한 교사는 전체의 21.6%로 10명 중 2명꼴이다. 한 어린이집에서 내가, 그리고 내 옆 반 교사가 폭력을 경험하고, 나머지 교사들은 그 폭력을 목격한다. 단지 운이 나빠서 생기는 일이라고 치기에는 너무 위협적이고 또 너무 많다.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 이후 아동학대,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오히려 늘었다. CCTV가 들어오면서 의심을 숨길 수 없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CCTV가 설치된 한 직장어린이집 원장은 싫은 교사 두 명을 골라 내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원장은 그 반 부모들과 2주에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CCTV를 돌려보고, 교사와 함께 3자 면담을 했다. ‘아이가 김 좋아하는데 왜 김 안주나?’, ‘왜 다른 아이는 떠 먹여주면서 우리 아이는 혼자 먹게 두나?’, ‘왜 우리 아이 자고 깼을 때 등 돌리고 있었나?’, ‘아이 편애하나?’가 면담내용이었다. 이 일은 교사들 입에서 ‘어린이집 그만 두겠다’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왜? 무슨 일인가?’를 묻지 않았다. 하나 같이 ‘당신은 정서학대 했잖아?’라고 의심을 확인하려했다. ‘왜? 무슨 일이냐?’고 묻고, 김을 편식하는 아이에게 김의 양을 조절해줬다는 얘기를, 혼자 힘으로 먹지 않으려는 아이가 혼자 먹도록 도왔다는 얘기는 듣지 않았다. 교사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어린이집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 어린이집. 사진=gettyimagesbank
▲ 어린이집. 사진=gettyimagesbank
어떤 경우에도 아동학대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CCTV나 의심과 추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교사들에게 ‘아동학대 했지?’라고 의심부터하고 묻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왜? 무슨 일인가?’라고 물어봐줬으면 한다. 또 원장이 아동학대가 생기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가 생기면 교사 책임만 묻고 원장의 관리 책임은 묻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열려있는 어린이집을 만들어야 한다. 닫힌 어린이집 문을 열어야만 의심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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