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조금만 ‘서치’(search) 하면 진실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모토로 했다.”

이른바 ‘가짜뉴스’ 시대, 허위 정보를 걸러내고 진실을 확인해나가는 ‘골방 탐사 저널리즘’ 프로그램이 26~27일 MBC에서 방영된다. MBC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만든 페이크’ 제작진인 김재영 PD, 황순규 PD, 장호기 PD와 MC 배우 김지훈씨는 26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로그램 기획 취지와 설명을 전했다.

말 그대로 ‘골방’ 컴퓨터 앞에 앉아 가짜뉴스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이 프로그램 포맷이다. 배우 김지훈씨는 단순한 진행자가 아닌 ‘서퍼’(surfer), ‘서처K’로서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진실을 찾아나간다. ‘강남 집값’ 확인을 위해 직접 등기부등본을 떼어보고, 언론 등 미디어를 통한 확산 양상을 분석하는 등 뉴스의 진원지를 탐색한다.

▲ 26~27일 방영되는 MBC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제작진과 진행자. 왼쪽부터 김재영 PD, 김지훈 배우, 황순규PD, 장호기PD. 사진 제공=MBC
▲ 26~27일 방영되는 MBC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제작진과 진행자. 왼쪽부터 김재영 PD, 김지훈 배우, 황순규PD, 장호기PD. 사진 제공=MBC

프로그램 포맷은 지난 8월 한국에 개봉됐던 영화 ‘서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딸이 사용하던 노트북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서 실마리를 찾아나간다. 장호기 PD는 “누구나 조금만 ‘서치’를 하면 진실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모토로 했다”며 “기존 시사프로그램은 출연자가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했다면 시청자 눈높이에서 정보를 찾아가는 형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연기자 데뷔 16년 만에 처음 시사프로그램 MC를 맡은 김씨는 시사프로그램 출연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매체가 많아지고 미디어가 다양화되면서 가짜를 판별하기 위한 비판적 시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영 PD는 “진행자가 능동적인 시청자로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주체로서의 시청자’를 부각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전한 뒤 “김지훈씨가 이해력이 굉장히 빠르더라. 스스로 사안을 해석하는 부분들이 본편에서도 많이 나온다”고 예고했다.

▲ 26~27일 방영되는 MBC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MC를 맡은 배우 김지훈씨. 사진 제공=MBC
▲ 26~27일 방영되는 MBC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MC를 맡은 배우 김지훈씨. 사진 제공=MBC

2부작 파일럿에서 다루는 ‘가짜뉴스’는 △집값 폭등을 이끈 ‘강남 아파트 평당 1억’ 보도 △‘가짜 뉴스위크 재팬’ 사태로 드러난 한일 극우 세력 교류 △배우 조덕제씨의 배우 성추행 사건 관련 가짜뉴스 등 세 가지다. 제작진은 이를 각각 ‘자본이 개입한 가짜뉴스’, ‘혐오 확산을 의도해 만든 가짜뉴스’, ‘특정 피해자를 겨냥한 가짜뉴스’ 등의 성격으로 설명했다.

황순규 PD는 “유튜브나 SNS로 유통되는 정보들을 규제하니 마니 논란이 있는데 (규제는) 쉽지 않다고 본다. 소비하는 우리가 현명해질 수 있다면 속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우리는 너무나 다양한 방법으로 가짜뉴스를 접하고 있다. 카카오톡, SNS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가오는 소식들을 다뤘다”고 말했다.

김지훈씨는 가장 놀라웠던 가짜뉴스로 ‘강남 아파트 평당 1억 거래’를 꼽으며 “허위 기사가 사실 확인을 거친 기사인 것처럼 언론사를 통해 보도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고 전했다. 지난 8월 경제일간지가 최초 보도한 ‘강남 아파트 평당 1억 거래’ 기사는 보도 직후 수많은 기성 언론에 의해 재생산돼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으나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허위로 드러났다.

▲ 26~27일 방영되는 MBC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로고.
▲ 26~27일 방영되는 MBC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로고.

혐오 확산 사례로 언급된 ‘가짜 뉴스위크 재팬’ 사태의 경우 뉴스가 확산된 배경에 한국과 일본의 극우 네티즌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 사이에 ‘뉴스위크 재팬’ 보도라며 확산된 ‘박 전 대통령 단식’ 보도가 대표적이다. 김 PD는 “일본에서는 한국인을 향한 혐오도 높아지고 있었다”며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추해봤다”고 설명했다.

배우 조덕제씨의 영화 촬영장 성추행 사안은 피해자를 겨냥한 가짜뉴스 사례로 다뤄진다. 조씨는 본인 결백을 주장하며 온라인 개인 방송에 나섰다. 이를 취재한 황 PD는 “사건을 알면 알수록 언론의 잘못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법 판결 이후에도 SNS를 통해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취재했고, 피해자인 반민정씨를 단독 인터뷰했다”고 전했다.

MBC 파일럿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1부와 2부는 오는 26일과 27일 오후 11시10분에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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