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가 반대 의견을 말한 후 내놓은 해명에도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시민단체 모두 ‘말장난’,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6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현재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을 다수확보해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비례의석을 통해 직능대표나 전문가들을 영입할 기회를 민주당이 갖기 어려워 (연동형 비례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말은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보다 의석을 더 많이 가져갔기 때문에, 득표율보다 의석수가 적을 시 비례대표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제도를 도입할 시 민주당은 추가 의석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한다는 발언을 한 적 있고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을 발의하는 등의 흐름에서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발언을 해 즉각 비판이 일었다.

비판을 의식한 이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공약한 것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 비례성이 약화되는 것을 보정하는 방안으로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지 100% 비례대표를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모두 다시 비판을 가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정 의원 수는’ 토론회에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이해찬 대표의 16일 발언과 23일 발언 모두 비판했다.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정 의원수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민주평화당 제공.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정 의원수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민주평화당 제공.
첫째로 16일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하승수 대표는 “‘연동형이 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배분을 못받는다’는 이야기는 지난 20대 총선과 6·13 지방선거 결과 정도를 가지고 하는 근시안적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앞으로 각 정당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한심하다”며 “한국정치 미래는 물론이고 자기 정당의 과거와 미래조차도 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해찬 대표의 ‘100% 연동형을 못하겠다’ 발언(23일 발언)에도 하 대표는 “말장난”이라며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연동형인지, 병립형(현행처럼 지역구+비례대표를 합한 형태)인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말해온 것은 ‘연동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해찬 대표는 그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직접 언급한 경우도 있고, 3월에 낸 개헌안에서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연동형임을 전제하고 말한 건데,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병립형’을 공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연동형을 할 것이냐, 병립형을 할 것이냐 선택 문제다. 예를들어 ‘50% 연동형’이라는 말은 곧 병립형이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이미 민주당에서 박주민, 소병훈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법안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자고 하는데, 이해찬 대표의 말은 연동형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민 정의당 부대표도 “차라리 이해찬 대표가 ‘당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힘들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 이해찬 대표의 속마음은 16일 발언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정치개혁을 책임져야할 집권여당이 무책임한, 양두구육(양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소소한 이해타산에 매몰돼서 개혁에 대한 배반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