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통계를 낸다면,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준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을 낸 학자일 것이다. 그는 ‘공장’처럼 책을 찍어냈다. 그런 그가 글쓰기에 대한 책을 냈다.

강준만은 말한다. “오늘날 저자란 편집자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그 동의의 실천을 지향해왔다.” 강준만의 책을 읽어봤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그는 실제로 편집자에 가까웠다. 그의 책은 수많은 인용과 각주로 가득하다. 이 때문에 그의 책에 대한 평가는 제법 엇갈린다.

강준만 역시 이 책에서 “나는 그간 내 나름으론 ‘과잉 인용’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의문 하나에 새삼 내 글쓰기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독자들이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없을 테니, 내가 대신 읽고 전해주겠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인용을 해댔지만, 독자들이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를 ‘메시지 중독증’으로 진단한다.

▲ 글쓰기가 뭐라고/강준만 저/ 13000원/인물과사상사.
▲ 글쓰기가 뭐라고/강준만 저/ 13000원/인물과사상사.
그는 이 책의 독자를 저널리즘 글쓰기를 하는 이들로 한정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명제를 제시한다. △글쓰기는 설득이다. △인용은 강준만처럼 많이 하지 마라.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 고통에 속지마라. △생각이 있어 쓰는 게 아니라 써야 생각한다. △글을 쉽게 쓰는 게 훨씬 더 어렵다. △글쓰기 시장에선 지식보다 센 게 공감이다. △글쓰기의 최상은 잘 베끼는 것이다.

예컨대 강준만은 “인용은 강준만처럼 많이 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도 “잘된 인용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말한다. 뒤이어 “나의 본심은 너무 많은 양념을 경고하면서 사실상 양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는다. 그가 강조한 ‘잘 베낀다’는 의미는 표절을 하라는 게 아니라 “잘 엮는 것”을 뜻한다. 강준만은 글쓰기를 가리켜 “대부분의 사람에겐 독창성의 게임이라기보다는 기억력의 게임”이며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자신의 선호도와 수준에 따른 차별적 독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는가 하면, 세미나에서 상습적으로 나타나는 ‘막판에 낙관주의자 되기’를 경계하며 ‘희망중독증’을 버리라고 말한다. 글을 전개할 때 당위의 역설보다는 ‘어떻게’를 말하는 것이 값지다고 말한다.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

강준만은 “어느 순간 스쳐 지나가듯 떠오른 생각은 나중에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메모를 강조한다. 신문 사설의 강점은 ‘압축적 글쓰기’에 있다며 비판적으로 읽고 장점만 취하라고 조언한다. 저널리즘 글쓰기를 위해서는 “논점을 확실히 하고 논리 전개 방식까지 정리해야 한다. 지면은 좁고 해야 할 말은 많다. 글의 전체 그림을 한 번 그려야 한다. 단문이 옳은 게 아니라 비문이 문제다”라고 지적한다. “제목이 글의 70%를 결정한다”며 제목 짓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강준만은 “흑백논리야말로 선동의 필수 요소다. 흑백논리는 듣는 이에게 강한 확신을 심어주어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며 “그런 이유 때문에 흑백논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논증 글쓰기는 선동의 무대가 아니”라며 “세계는 명료한 양자택일이 가능한 곳이라기보다는 각종 딜레마가 흘러넘치는 곳”이라고 지적하며 글쓰기에서 선동의 유혹을 벗어나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이걸 쓰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라는 생각을 버리고 쳐낼 건 과감하게 쳐내라고 주문하는데 이건 꽤 아픈 말이다. 그는 “초고를 줄일 때 나중에 다시 사용할 글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면 잔인한 킬러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 책도 이미 써놓은 100여개 항목의 글 가운데 30개만 골랐으며, 30개 글에 대해서도 잔인한 킬러 흉내를 내면서 줄이고 또 줄였다”는 자평과 함께 퇴고의 핵심은 압축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그는 “작가들은 자기PR 차원에서 자신이 쓴 소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가를 과장되게 말하는 경향이 농후하다”면서 시민들을 향해 글쓰기의 고통에 겁먹지 말고 글쓰기로 민주주의를 완성해달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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