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규 조선일보 정치부장이 26일자 지면에 박근혜를 주제로 글을 썼다.

배 부장은 친박 중심의 ‘TK 신당론’과 ‘2019년 박근혜 사면설’ 등을 설명한 뒤 “탄핵 사태 2년 만에 ‘박근혜’를 또다시 여의도 정치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엿보인다”면서 친박과 비박이 벌이는 갈등이 “야당에도 도움이 안 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오히려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부장은 칼럼 말미에 “다수 국민이 바라는 건 박근혜 신원(伸寃)이나 부활이 아니다. 무작정 ‘친박 죽이기’가 능사인 것도 아니다”며 “한국당은 지금까지 과거에 얽매여 미래 정책 대안도, 새로운 정치 리더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서 다시 ‘박근혜 그림자’에 빠지면 야당의 미래는 없다”고 정리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친박 비박 사이에서 양비론을 취했다. 그래도 결론에선 태극기부대·친박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 비판엔 거침 없어도 ‘박근혜’ 앞에서는 이처럼 조신한 신문이다.

▲ 조선일보 26일자 배성규 정치부장 칼럼.
▲ 조선일보 26일자 배성규 정치부장 칼럼.
신문 논조가 매번 같을 순 없다. 그렇다 해도 박근혜와 그 지지자 그룹인 태극기 부대 앞에서 이 신문은 갈피를 못 잡는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지난 7월17일자 칼럼에서 박근혜 사면을 주장했다. 다음과 같다.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상징으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내부의 문제와 시기의 적합성 등이 있겠지만 문 정부로서도 득실을 따져볼 때 그렇게 불리한 게임이 아닐 수 있다.”(7월17일자 김대중 칼럼, ‘과거’의 사면)

‘박근혜’를 두고 김 고문 등 조선일보 원로들과 편집국 데스크 사이에 생각 차가 있는 듯하다. 조선일보 주요 독자층 가운데 하나였던 ‘아스팔트 우파’들이 극우 유튜브 채널로 떠난 상황에서 이 신문도 고민이 깊다.

최근 박근혜 청와대가 2016년 9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국정농단 사건 등을 보도한 기자들을 해고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직전이다.

이를 첫 보도한 오마이뉴스는 박근혜 청와대에서 조선일보·TV조선 기자 3명 해고를 요구했다고 전했지만 실은 그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아예 구체적 명단을 건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도 사면을 운운하는 건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벌어진 이재명·친문 틈… 파고드는 언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검찰 출석 전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에서 제기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썼다.

이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친문 진영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장(場)을 만든 건 언론이다. “‘文대통령 아들 의혹’ 건드린 이재명… 親文 ‘최소한의 예의도 없어’”(동아일보), “문준용 언급한 이재명… 친문의원들 반발”(매일경제), “이재명, 文대통령 아들 특혜 채용 거론에 與 ‘발끈’”(세계일보), “‘대통령 아들 특채 의혹’ 걸고 넘어진 이재명”(조선일보), “이재명, 문 대통령 아들 취업 의혹 거론… 친문과 전면전?”(중앙일보) 등이다.

▲ 동아일보 26일자 6면.
▲ 동아일보 26일자 6면.
민주당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으로서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수장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를 의혹만으로 단번에 내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마냥 껴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에는 위험 부담이 만만찮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으로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내용에 구체적인 입장을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진실공방이 장기화하면서 이 지사 문제가 ‘정치적 계륵’으로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썼다. 

KT 화재 사고에 사설은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지난 24일 일부 지역 통신과 금융 서비스가 일시 마비됐다. 26일자 조간도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서울신문은 안이한 대처를 꼬집었다.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 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지만, 통신구의 길이가 500m가 안 돼 소방법 규정에 따라 스프링클러 대신 소화기만 비치했다고 한다. 게다가 KT는 아현지사를 A·B·C·D 4단계 가운데 D등급으로 분류해 우회 시스템도 갖추지 않았다.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같은 회선으로도 전송하는 서비스와 트래픽은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안이한 대처를 한 것이다.”(서울신문 26일자 사설, ‘KT 화재로 확인된 허술한 국가기간통신망 관리’)

▲ 서울신문 26일자 사설.
▲ 서울신문 26일자 사설.
중앙일보도 관리 허술을 지적했다.

“사고 통신구는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행 소방법에서 지하구 길이가 500m 이상일 경우에만 연소 방지 시설과 자동 화재탐지 설비를 갖추도록 했기 때문이다. 전력선과 각종 통신선, 상수도관, 온수관 등 생활 관련 중요 공급 시설을 한꺼번에 모아 놓은 지하 공동구는 국가에서 관리한다. 하지만 개별 선로는 해당 기관이 관리하게 돼 있다. KT 아현지사가 ‘통신설비 집중국사’인데도 통신 장비를 분산 수용하지 않았고, 주말 상주 직원이 2명에 불과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신의 중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스마트라이프 시대에 비해 관련 규정은 아날로그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중앙일보 26일자 사설, ‘KT 화재, 초연결사회 대한민국에 충격을 던졌다’)

▲ 중앙일보 26일자 사설.
▲ 중앙일보 26일자 사설.
세계일보는 “보상보다 중요한 건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보상보다 중요한 건 재발방지 대책이다. 현행 소방법은 전력이나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아현지사 지하구는 500 미만이라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KT가 통신설비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자체 안전대책을 세웠더라면 이번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사고 예방을 위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세계일보 26일자 사설, ‘국가기간 통신망마저 이토록 화재 무방비였다니’)

동아일보는 “앞으로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의 핵심 장비와 시스템이 통신망으로 연결될 텐데 예기치 못한 단절이 인명 피해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화재나 고장이 아니라 지진 같은 자연재해나 테러 공격으로 통신 교란과 두절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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