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경찰 조사에서 개인 범죄는 대체로 시인하면서도 웹하드에 디지털성범죄 영상 업로드를 지시한 것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올리고 유통하고 지우는 전 과정을 장악하고 피해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에는 완강히 부인했다.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이 양 회장 사태의 핵심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는 지난 24일 “양회장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 웹하드 제국과 검은돈의 비밀” 편에서 ‘웹하드 카르텔’ 실체에 한 발 더 접근했다. 그알은 지난 7월말 웹하드에 올라오는 불법 동영상을 고발했다. 헤비 업로더를 인터뷰해 웹하드 업체가 이들을 보호해 경찰 수사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11월24일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양회장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 웹하드 제국과 검은돈의 비밀'편. 사진=SBS
▲ 11월24일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양회장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 웹하드 제국과 검은돈의 비밀'편. 사진=SBS

한국미래기술 임원이었던 공익제보자는 그알에 “해당 방송이 회사를 완전히 흔들어놨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웹하드 카르텔의 실체를 밝혀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고, 경찰청장이 직접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회장 등 핵심 임원은 책상을 빼고 해외로 도피했다. 회사가 혼란에 빠지면서 양 회장의 지시로 비밀리에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업로드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는 게 제보자의 증언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양 회장은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 대신 구속되는 사람에게는 3억원, 집행유예를 받으면 1억원, 벌금을 받으면 벌금의 두배를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가 이어지자 ‘내가 구속되면 너희는 괜찮겠느냐, 배신자는 칼로 찌르겠다’는 말도 했다는 게 제보자의 전언이다.

내부에선 양 회장을 대신할 ‘죄인’을 찾는 반면 수사 대응도 철저하게 진행했다. 양 회장은 자신이 구속되지 않는다면 100억원을 써도 좋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내부 임원들은 경찰 압수수색 날짜를 알고 있었고, 수사과정에서 큰 일 없이 정리될 거란 얘기도 돌았다. 양 회장은 6개 로펌에 법률 자문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BS 방송 이후 3개월 만에 양 회장은 웹하드 카르텔이 아닌 폭행·마약 등 개인범죄가 드러나면서 검거됐다.

피해자들은 양 회장이 불법으로 번 돈이 역설적으로 양 회장을 보호해줬다고 지적했다. 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는 180여건의 게시물과 업로더 80여명을 문제 삼았지만 경찰이 찾아낸 건 6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자신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이용해 번 돈으로 양 회장은 힘을 얻어 ‘개인 범행’이 드러날 때까지 안전하게 살았다. 해당 피해자는 “돈으로 힘을 얻었으니 그 돈을 다 뺏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다시함께상담센터, 녹색당 등 인권단체 및 정당은 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웹하드카르텔 유착관계 진상을 밝히고 웹하드 업체 대표 임원들을 긴급 구속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다시함께상담센터, 녹색당 등 인권단체 및 정당은 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웹하드카르텔 유착관계 진상을 밝히고 웹하드 업체 대표 임원들을 긴급 구속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한 전직 직원은 양 회장이 필리핀에서 웹하드 국외 거점을 만들어 성범죄 영상을 올리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처벌이 엄하다고 거절했다가 회사에서 잘렸다고 했다. 해당 직원도 “양 회장의 재산을 다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알 제작진 앞에서도 양 회장 이야기를 하는 걸 두려워했다.

전직 직원들 증언을 보면 디지털성범죄 영상을 올리는 사람과 웹하드 업체는 수익을 3:7로 배분한다. 양 회장 등 임원들은 이 30%의 수익배분을 줄이려고 직원들에게 직접 영상을 업로드 하게끔 지시했다고 한다. 보통 경찰은 헤비 업로더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일주일마다 아이디를 바꿔가며 영상을 올려 헤비 업로더가 되지 않게끔 대비했다.

양 회장은 1000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졌다. 이 돈으로 대기업도, 정부 지원도 없이 사람이 직접 타고 움직이는 2족 로봇을 만들었다. 그는 검은 돈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선구자가 되려고 했다. 그는 200억원 개인 돈을 로봇 개발에 투자했다지만 그알 취재결과 위디스크에서 연구비가 나갔다. 세금 탈루, 이 역시 조사해 단죄해야 할 혐의다.

지난해 양 회장 소유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두 회사의 매출은 370억원이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국내 웹하드·P2P 업체는 50여개로 이 곳에서도 디지털성범죄 영상이 돌아다닌다. 사업자들 반발을 이유로 불법영상 삭제 등을 규정한 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고 모바일 불법영상은 스트리밍이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 빠져 있다. 양 회장을 어떤 혐의로 처벌할지, 정치권과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지 양 회장 구속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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