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58)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별세했다.

김승수 교수는 한양대 신문학과를 나와 영국 레스터 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평생 언론경제학에 근거해 미디어산업의 소유구조와 독과점 시장 흐름을 연구해왔다. 김 교수는 KBS 책임연구원, EBS시청자위원회 위원, 한국방송학회 부회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전북민언련 정책위원장, 한국언론정보학회장(2010~2011년)을 역임하며 언론개혁운동에도 적극 목소리를 냈다.

빈소는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은 11월 26일(월) 오전 9시. 부인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도 언론학을 전공한 학자다.

▲ 고(故)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고(故)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평생 ‘언론경제학’과 언론개혁에 매진했던 연구자

김 교수는 평생 언론산업 소유구조와 언론시장 연구에 집중했다.

김 교수는 1995년 7월 쓴 ‘한국언론산업론’에서 전환기 언론매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당시 김 교수는 우리 언론산업이 이윤지상주의에 빠진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소유집중 현상을 지적하면서 특히 신문매체의 사유화와 독점화로 인한 국민적 폐해를 예견했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폐해를 막기 위해선 시민언론권 보장, 언론의 공공화, 국가의 언론통제 폐지, 편집 편성의 공동결정제 도입 등 제도적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관련한 법률 제개정도 주장했다.

매체소유연구.jpeg

김 교수는 3년 뒤 1998년 연구서 ‘매체경제분석’에선 언론경제학의 관점에서 한국언론의 현실과 개혁방향을 다뤘다. 김 교수는 ‘매체경제분석’에서 한국식 매체분석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언론경제학’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한국 언론을 “자본, 권력, 언론이 하나되어 경제력을 장악하고, 정치권력을 좌우하며, 문화와 사상의 흐름에 심대한 영향을 줘 하나의 ‘문화 권력’으로 성장했다”며 “한국언론은 ‘언론 파시즘’”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2002년엔 ‘매체소유연구’를 언론노조 21번째 총서로 출간해 더욱 심화된 언론시장의 독과점 실태와 폐해를 분석한 뒤 대안을 제시했다.

본지 창간 10주년 인터뷰에선 “곁눈질 하지 말라” 회초리

김승수 교수는 2005년 5월 미디어오늘 창간 10주년 기념 창간독자 인터뷰에서 “미디어오늘이 곁눈질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종이나 심층분석기사가 아닌 경우에는 언론산업을 중점으로 다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 김승수 교수가 2007년 7월13일 탈언론시대에 미디어운동의 비판적 성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창길 기자
▲ 김승수 교수가 2007년 7월13일 탈언론시대에 미디어운동의 비판적 성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창길 기자

당시 김 교수는 “대안매체가 얼마든지 있는 상황에서 전문화되지 않으면 위험하다”며 “(언론계 밖의) ‘누구누구가 무슨 말을 했다’는 기사는 비싼 지면이나 인터넷에 실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계 전반의 주요 이슈는 잘 보도하지 않는 등 독자나 언론계 관심사에서는 멀어지고 출입처 위주의 기사만 쓴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미디어오늘 기자들에게도 “기자들 스스로가 자료수집과 평가분석 능력을 끊임없이 개발하지 않으면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화다양성 등 국제적인 흐름을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론연대, 안티조선 1차 선언에도 동참

김승수 교수는 1998년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출범 때부터 미디어교육위원장을 맡아 언론개혁 운동에 동참했다. 김 교수는 2000년 8월7일 ‘조선일보 기고와 인터뷰를 거부한는 지식인’ 1차 선언(안티조선)에도 참석했다. 당시 1차 선언엔 153명의 지식인이 참여했다.

김 교수는 2002년 3월 언론개혁의 성과와 한계를 짚는 ‘국민을 위한 언론개혁’을 펴내 독과점 신문기업이 공익 보다는 사익을 추구해온 과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당시 김대중 정부가 정권 초기에 언론개혁을 미루다가 정권의 입지가 나빠지는 시점에 세무조사다 신문고시다 해서 언론개혁의 정당성을 떨어뜨린 한계도 지적했다.

적폐정권 시절에도 학자적 양심에 따른 목소리

김승수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1월 정권의 언론장악 상황을 “사회와 정부에 대한 견제·비판이 의무인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은 언론 장악을 넘어 언론의 실종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