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손녀이자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의 딸이 운전기사에게 막말한 사건이 화제였다. 사회적 비난에 방 전무는 지난 2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초 언론 보도에 “사생활 침해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에선 한 발 물러났다. 

미디어오늘이 MBC에 이어 방 전무 초등학교 3학년 자녀의 폭언 음성을 보도한 후 파장은 전 사회적이었다. “진짜 엄마한테 얘기해야 되겠다. 아저씨 진짜 해고될래요?”라는 발언에서 나타난 사주 일가의 특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아울러 미성년의 성숙하지 못한 발언까지 공개한 것에 우려도 있었다. 실제 TV조선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방 전무 자녀) 발언은 잘못된 것이지만 녹취 음성을 공개한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디지털조선일보가 회삿돈으로 사주 일가 운전기사를 고용했다는 점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보도 논란은 논란대로 고민할 지점이다. 다만 조선미디어그룹은 소송을 운운하기 전 이번 사태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 말이다. 사주 개인 일로 사안을 치부한 채 현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시선은 지금보다 더 싸늘해질 것이다.

이를 테면 사내 비정규직 문제다. 조선일보 사내 비정규직 직원 A씨는 올해 초 결혼식을 앞두고 해고됐다. 그는 조선일보 지면 조판을 담당했던 직원이다. 기쁜 마음으로 청첩장 다발을 쇼핑백에 담아 출근했다가 바로 그날 아침 해직자 신세가 됐다.

신문 조판팀도 원래 조선일보 소속이었으나 비정규직 제도가 도입된 후 인력 파견 전문 ㄱ업체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가 속한 팀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조선일보와 ㄱ업체는 사내하청 도급 관계다. A씨는 조판팀 팀원들 업무량을 늘리고 근무 기강을 잡겠다며 조선일보 편집 담당 간부들이 소집한 회의에서 ‘쉬는 날을 더 이상 줄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본사 간부들은 “팀장들을 포함해 5명을 자르겠다”고 밀어붙였고, 파견업체 관리자 만류로 2명을 해고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당시 조선일보 노조는 이런 회사 조치가 ‘위장 도급’과 ‘불법 파견’ 근거라고 주장했지만 조선일보 편집 담당 간부들은 노조에 “권고사직을 시킬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며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 후속 조처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초 문제 제기 후 반년이 훌쩍 지났지만 내부는 ‘깜깜소식’이다. A씨에게 복직을 타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가 개선됐단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방상훈 손녀 논란’에서 조선미디어그룹이 살펴야 할 것은 왜 사람들이 이처럼 분노했는지다. 지금껏 사회적 약자에게 보여온 모습이 오늘의 분노를 일으킨 촉매제였을지 모른다.  

지면을 도배하는 ‘노조 혐오’를 거두고 그룹 차원에서 이미 드러난 ‘갑질’을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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