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장성 410여 명이 9‧19 남북군사합의가 공산화통일에 기여할 문제가 있다며 즉각 이행중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결의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육군 장성출신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국방위원들은 “과연 선배 장성들이 그동안 뭘했나”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선동” “안보를 이념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비역장성 410여 명은 21일 서울 용산구 뮤지엄웨딩홀에 모여 ‘대한민국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들의 결의: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 토론회’에 참석해 성명서와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일동’ 명의로 낸 결의문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두고 “북한이 질적인 변화를 거부하고 기만하는 경우, 대한민국의 안보역량을 훼손시키고 북한의 한반도 공산화 통일에 절대 기여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9‧19 남북군사합의사항 이행 즉각 중지’를 위해 예비역 장성들은 향후 모든 노력들을 경주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협력 국면은 공산화통일/연방제통일을 획책하는 위장평화공세라는 깊은 의구심을 버릴 수 없으며, 공산화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공조행위는 절대로 좌시하지 않고 철저히 차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자유민주주의와 한미연합방위체제의 붕괴를 수반할 수 있는 남북공조를 절대 반대하고, 한미공조를 절대 지지하며 △국군은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침이 지상지고의 명예임을 재삼 다짐하고,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동원·행동한다고 결의했다.

토론회 및 성명서‧결의문에 동참한 예비역 장성이 415명이라고 알려져있으나 명단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이 개회사를 했고,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축사를 했다. 특히 기조연설에는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했다. 발표와 토론에는 신원식 전 합참 차장(예비역 해군중장),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참여했고, 결의문‧성명서 낭독은 심동보 예비역 제독(해군준장),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송대성 장군 등이 했다.

이들의 성명이나 결의문은 예비역장성 정식 단체인 ‘성우회’ 명의로 나오지 않았다.

▲ 지난 21일 오후 서울 뮤지엄웨딩홀에서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 주최로 열린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1일 오후 서울 뮤지엄웨딩홀에서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 주최로 열린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과 손잡고 NLL, DMZ를 내주고, 비행금지를 시키더라도, 자유 대한민국은 우리가 지키겠다고 ‘의병’이 일어섰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키고, 발전시켰던 장군들이 일어섰습니다. 이제 뭉쳐 싸워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두고 예비역 육군준장(고등군사법원장) 출신의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더불어민주당)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건전한 비판은 좋지만 왜곡되고 과장된 안보불안을 야기하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보다 국군의 건설과 전투력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선배 장성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러면 우리 국군이 그렇게 나약한 군인지, 그동안 뭘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민 의원은 이전 정부도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했다 해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역대 어느 정부도 노력하지 않은 정부는 없다. 이번에 남북군사합의서에 나온 4가지 사안에 대해 역대 정부에서도 계속 검토해왔다. 특히 신원식 전 합참차장이 (안보태세 훼손을) 주장하는데, 자신이 합참 차장할 때 실무자로서 다 검토한 내용이다. 그래놓고 이번 조치를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라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정치지도자들이 결정한 정책인데다 한미연합사와 미 국방부도 동의한 문제인데, 어디어디가 부족하니 보완하라는 선배의 조언도 아니고, 국군을 폄훼하는가 하면, 전력이 약화됐다느니, 합의를 중지하라느니 하는 것은 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전쟁하라는 것인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뭉쳐서 싸울 때라는 김문수 지사의 주장을 두고 민 의원은 “너무 나간 것이다. 안보를 이념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 색깔론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도 22일 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는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 그 연속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명박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다 시도했으나 안 된 이유는 신뢰구축이 안됐기 때문이다.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행동으로 옮겨져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 한반도가 냉전에서 평화로 기운으로 옮기는 시점에서 장성출신 인사들이 냉전적 사고에 갇혀서 행동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성우회에서 발표하지 왜 성우회 바깥으로 나와서 했느냐. 일을 안되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국방력과 안보력을 미래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집단적 이간과 선동하는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뭉쳐 싸울 때라고 부추긴 김 지사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안 위원장은 “그렇게 선동하고 준동하는 세력들은 역사의 철퇴를 받을 것”이라며 “전쟁없는 평화시대 살려는 노력에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참물 끼얹는 것은 전쟁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이다.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비역 장성이 나선 이유를 두고 안 위원장은 “정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상대적 박탈감에서 하는 것 같은데, 그런 행위는 현 시대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결의문 낭독을 한 예비역 장성은 현역 장성을 돕고,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21일 오후 서울 뮤지엄웨딩홀에서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 주최로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1일 오후 서울 뮤지엄웨딩홀에서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 주최로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비역 해군제독(준장)인 심동보 전 국방관리대학원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역 군인이 보기에 잘 알만한 분들이 왜 그러느냐고 여기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합의서를 고치지 않으면 현역이 위험해지고 죽는다. 그만큼 심각하니 이 많은 인원이 궐기한 것 아니냐. 다늙은 사람들이 정치하려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 전 준장은 “군사합의 보면 서해평화수역 보면 초계활동을 못하고,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지만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평화기준선을 정하게 돼 있다. 북한이 또 속이려하면 큰 일 난다. 북한은 여지껏 문제될 것을 속여왔다”고 주장했다. 군사적 충돌을 막기위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에 심 전 준장은 “우리가 막자고 합의한다고 막아지는 것이냐. 지금 북한 핵이 없어졌느냐. 재래식 위협은 사라졌느냐. 북한이 바뀐 게 뭐냐”고 주장했다.

예비역장성 단체인 성우회가 직접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심 전 준장은 “성우회나 재향군인회가 하면 좋지만, 장성들의 여론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 장성들이 (성우회를) 잘 못미더워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415명으로 알려진 명단을 왜 공개하지 않았는지를 묻자 그는 “나도 공개할 것으로 알았는데,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권력상실에 대한 박탈감 때문에 들고 일어선 것 아니냐는 질의에 “기득권 때문은 절대 아니다. 군사합의 이행하면 위험해서 그렇다. 예비역이라도 다른 측면에서 의견 제시해서 검토해서 보완할 건 하고, 최대한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고민을 안겨준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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