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전국 14개 시·도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를 두고 언론들의 노·사·정 셈법을 둘러싼 고민 수준이 확연히 갈렸다. 조선·중앙·동아·국민·세계일보 지면에선 노·정, 노·사 관계나 노동계 상황 해설을 찾을 수 없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조합원 16만여명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반대 △ILO핵심협약 비준 △비정규직 철폐 △국민연금 개혁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요구하며 4시간 동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총 4만여명이 14개 시·도에서 집회를 열었고 그 중 1만여명이 서울 국회 앞에 집결했다.

▲ 22일 조선일보 4면
▲ 22일 조선일보 4면
▲ 22일 조선일보 사설
▲ 22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전 구호만 요란” “뻥파업” 등 원색적 비판으로 일관했다. 조선일보는 예고한 16만여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9만여명이 참여했고 그 중 7만7000여명이 현대·기아차 노조 조합원이었다며 “‘명분 없는 총파업’이라는 여론에 밀려 ‘뻥파업’이라는 초라한 결과”라 했다.

국민일보는 “고용세습 입닫고 대화 거부 끝내 길거리로 나간 민노총”이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보수 야당뿐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의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는 “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거나 “평소 불법 시위에 가장 많이 연루되는 조직이 민노총”(사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민노총부터 法대로 하라”이라 매도했고 세계일보도 집회 풍경을 근거로 “이번 총파업이 ‘반대를 위한 반대’의 성격임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1면 :민노총 총파업 ‘마이웨이’… 민심 싸늘“)고 했다.

▲ 22일 동아일보 사설
▲ 22일 동아일보 사설
▲ 22일 세계일보 1면
▲ 22일 세계일보 1면
▲ 22일 중앙일보 5면
▲ 22일 중앙일보 5면

특히 보수언론은 ILO핵심협약 비준과 탄력근로제 확대 개정안을 동등한 거래 대상으로 뒀다. 노동계는 ILO핵심협약은 헌법적 권리인 노동기본권 차원 문제인데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사항이라며 노·사·정 타협 테이블에 올리는 게 부적절하다고 비판해왔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집회 취지와 관련 ”양측(노·정)이 탄력근로제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놓고 '빅딜'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당정청이 내년 2월 협약 비준 동의안 처리를 추진키로 한 결정을 ‘노동계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 언급했다.

보도엔 집회 취지나 배경, 현 정부 노동정책의 실질 효과에 대한 충분한 논의는 없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우경화된 정부가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정규직화 등 정책이 변질돼 노동권 향상에 반한다는 비판을 내놨다.

▲ 22일 경향신문 11면
▲ 22일 경향신문 11면
▲ 22일 한겨레 3면
▲ 22일 한겨레 3면

9개 전국종합일간지 중 경향·한겨레 등만 노동계 셈법을 반영했다. 

경향신문은 “정부 노동정책 후퇴와 민주노총의 대화 거부가 반복되면서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라며 구체적 사안을 열거했다. 지난 3월 한국GM 노사 갈등 사태에서 노조가 양보한 사안부터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누적된 갈등이 폭발했고, 정규직화 파행, 휴일 연장노동 수당 가산을 누락한 근로기준법 개정 꼼수 등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쌍용차 해고자 복직,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복직 등 노동계 현안 해결에 노력해왔는데, 민주노총이 전혀 양보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는 여권 입장에 방점을 뒀다. 한겨레는 “동시에 노동계와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주요 노동·경제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여권은 최대한 자세를 낮추며,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노동정책 기조에 대한 노동계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와 노동계 간 경색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이 양대노총이 반대하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계획대로 연내 강행처리한다면 관계는 악화일로에 치달을 여지가 높다. 노·사·정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2일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공식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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