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불안을 잠재우면서도 근무조건을 개선하려면 현행 ‘24시간 격일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북구는 21일 서울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경비원 근무제도 개선 방안을 논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노무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성북구 관내 3개 아파트단지에 경비원 근무제를 컨설팅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무급 휴게시간을 강제하는 현행 근무제를 야간근무 인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성북구는 21일 서울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 근무제도 변경 등 상생방안’을 주제로 주민참여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성북구는 21일 서울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 근무제도 변경 등 상생방안’을 주제로 주민참여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현재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부분 2인1조로 아침 6~7시에 교대해 24시간씩 격일제로 일한다. 경비업무 같은 감시‧단속 근무는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상한제에서도 제외되는 데다, 중간에 무급 휴게시간을 끼워넣어 장시간 근무지에 머물지만 유급 노동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대다수 아파트가 경비노동자의 임금인상을 막으려고 매년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휴게시간을 편법으로 늘렸다. 현재는 무급 휴게시간이 하루 8~10시간에 이른다. 

강대훈 성북구 노동권익센터 노무사는 “감시‧단속 근로자는 연장‧휴일‧주휴수당도 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번 시범 운영과 컨설팅에 참여한 성북구 아파트 3곳도 마찬가지였다.

현행 경비노동자의 업무범위도 법에 어긋난다. 경비노동자는 분리수거, 환경미화, 입주민 민원 서비스 등 업무를 하는데, 엄격히 보면 이는 경비업법에 어긋난다. 경비업법은 ‘누구든지 경비원에게 경비업무를 벗어난 행위를 시켜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야간근무 인력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안은 2가지다. 하나는 격일 근무를 유지하되 노동자가 밤 10시께 퇴근하는 방식이다. 심야시간대엔 최소 인원이 돌아가며 철야 근무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주간 2교대제다. 오전과 오후를 나눠 교대하고, 야간은 역시 최소 인원이 남아 당직을 서는 방식이다. 강대훈 노무사는 “야간 무급 휴게시간을 줄여 기존 근무체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동시에 아파트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수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하루 아파트 상주시간(24시간)의 40% 가량이 무급 휴게시간인 셈이다. 휴게시간을 늘려 최저임금 인상을 우회하는 방법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새로운 근로시간 운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북구는 “입주민과 경비원, 관리소, 경비노동자 용역업체가 참여해 경비노동자 교대제를 어떻게 바꿀지 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성북구는 아파트 단지 유형별로 교대제 모델을 설계한 뒤 올해 안에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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