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1일 콘텐츠 제작·마케팅 강화,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날 90명 규모의 보직간부 인사발령을 단행한 가운데 향후 명예퇴직과 업무 재배치 계획도 밝혔다.

MBC는 21일 “기존 ‘9본부 24국 9센터 109부’에서 ‘9본부 21국 11센터 96부’로 기구를 개편하고 보직간부 수를 10% 줄이는 슬림화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 보면 전체 조직단위가 기존 151개에서 137개로 줄어들었다.

최승호 MBC 사장 취임 이후 이어져 온 사장 직속 제작본부와 단일 부사장 체제는 김영희 신임 콘텐츠 총괄 부사장과 변창립 운영 총괄 부사장 ‘투톱’ 체제로 바뀐다. 김 부사장이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라디오 등 제작본부와 콘텐츠시너지국(신설), 콘텐츠사업국을, 변 부사장은 보도본부 경영본부 방송인프라본부를 관할한다. [관련기사: 고강도 조직개편, MBC 내부반응 “올 것이 왔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MBC PD 출신으로 ‘양심냉장고’, ‘느낌표’, ‘나는 가수다’ 등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김 부사장의 등장은 MBC 콘텐츠의 중국 진출과 맞닿아있다. 최 사장은 이날 “위기에 빠진 공영방송사 역할을 다하기 위해 콘텐츠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고의 콘텐츠 전문가인 김영희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MBC에서 퇴사한 뒤 중국에서 활동한 김 부사장은 방송계에서 이른바 중국 ‘꽌시’가 넓은 인물로 꼽힌다. 과거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 포맷의 중국 수출로 수백억원 수익을 냈던 MBC로서는 한한령 등으로 막힌 중국 활로를 뚫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해석이다.

MBC 보도국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디지털뉴스에디터 신설과 소비자팀·경제정책팀 통합 등이다. 디지털뉴스에디터 신설은 뉴미디어 디지털 콘텐츠와 뉴스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뉴미디어뉴스국을 폐지하고 뉴미디어뉴스 취재, 편집부서를 보도국 산하 디지털뉴스에디터가 총괄하는 팀으로 편제했다. 디지털뉴스에디터는 기존 뉴미디어뉴스국 부국장이었던 도인태 기자가 맡는다.

이 밖에 민병우 소비자경제에디터는 정치국제에디터로, 박장호 비서실장이 경제산업에디터로 이동한다. 김효엽 탐사기획팀장은 보도국 경제산업에디터 경제팀장으로 이동했다. 기존 8명이었던 MBC 탐사기획팀은 향후 4명으로 축소 조정해 한 개의 아이템을 공동 취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최 사장 취임 후 처음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았던 박성호 전 정치국제에디터는 워싱턴특파원으로 파견될 전망이다.

MBC 시사교양본부에선 시사교양1~4부장이 모두 교체됐다. 시사교양본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세대교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기타 부서에 비해 부장들 사번이 높아, 기수를 하향 조정했다는 뜻이다.

‘PD수첩’을 담당하는 1부장은 박건식 PD수첩 팩트체크·SNS팀장이, ‘MBC 스페셜’ 등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는 2부장은 조준묵 PD가 맡는다. ‘아침발전소’ 등 아침·저녁 데일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3부장엔 이우환 PD, ‘실화탐사대’ 등을 제작하는 4부장으론 유해진 PD가 간다.

21일 부장급 이상 인사발령이 난 가운데 팀장 이하 사원들 인사는 오는 23일까지 순차로 나온다. MBC 관계자는 “실무 부서를 중심으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고강도 조치도 준비 중”이라며 “조직 개편에 이어 대규모 명예퇴직과 업무 재배치 등 구조개혁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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