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분위기를 보였던 SBS 노사가 다시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SBS 노사는 SBS 창업주인 윤세영 전 SBS 미디어그룹 명예회장을 지난 1일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SBS 노조는 창업주를 예우했고 지난달 말 열린 노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박정훈 사장의 인사말을 첫 순서에 제한 없이 배치하며 사측과 대주주에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노사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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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SBS본부)는 21일 노보에서 노조가 노사 갈등을 극복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 10월13일 노·사·대주주가 합의한 보도자율성 보장, SBS 중심의 구조개혁 등을 사측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창립 20년을 맞아 SBS 노조 깃발을 SBS 회사 깃발과 함께 게양했다. 사진=SBS 노동조합
▲ 창립 20년을 맞아 SBS 노조 깃발을 SBS 회사 깃발과 함께 게양했다. 사진=SBS 노동조합

SBS본부는 “창사 28주년 기념식에서 사내 여론 통제를 위해 노조의 입을 막으려다 거센 반발을 불렀고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와 구조개혁’으로 사원과 대주주의 갈등을 원천 해결하자는 제안에는 대안 없는 반대로 일관했다”며 “지난 1년 박정훈 사장 체제에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보를 보면 사측은 “회사 전략 관련 견해차가 있다”며 노조위원장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공식행사가 아닌 축하연 행사에서 발언시간을 내줬다.

SBS본부는 현 경영진이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박 사장이 창사 28주년 기념사에서 SBS의 경쟁자를 새롭게 규정하고 지상파 중심에서 탈피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희생을 요구한 것을 언급하며 “정작 박정훈 체제를 자화자찬할 때는 스스로 낡은 지표들을 동원해 경쟁력 1등을 달성했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새로운 미디어 시장의 경쟁자들에 맞설 전략, 자본논리로 무장해 외부에 스튜디오를 만들자는 주장 외에 어떤 경쟁력 강화 방안이 없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지표를 경영분석의 자료로 활용하고 왜곡된 결과를 토대로 단기실적을 또다시 쥐어짜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작 전 분야와 편성에 걸쳐 사소한 의사결정과 외부제작요소 관리까지 대부분의 권한을 박 사장이 독점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임명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경영위원 상당수를 능력과 평판에 관계없이 자신의 측근으로 채우면서 경영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심각하게 왜곡된 데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 최근 3년 SBS 주가.
▲ 최근 3년 SBS 주가.

SBS본부는 박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5년 11월부터 3년간 SBS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며 “이런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반전시킬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의 평가가 절대적일 순 없지만 그럼에도 지주회사 체제의 구조적 한계·지상파 몰락 등 위기를 돌파할 비전이 없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SBS본부는 곧 있을 인사·조직개편을 언급하며 경영진을 향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담아낼 조직개편과 인사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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