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리바게뜨’에 모기업 SPC가 5천명의 불법파견과 일명 ‘꺾기’(근무시간 초과분을 인정하지 않음)를 했다는 증언과 보도가 나온 후, 직접고용 시정지시가 나오고 자회사를 설립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자회사 1년 무엇이 변했나’ 토론회는 자회사 변환 이후 노동조건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점검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원청인 PB파트너스 측은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가맹점주 협회 측은 토론회에서 “노조 편향적”, “제빵 기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마치 집안이 어려운 가정의 중학생이 아버지가 유명 브랜드 패딩을 안 사줘 학교 안가겠다는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가맹점주 측의 노조 비판 발언이 계속되자 사회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 등 참가자들은 “원청 측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을’들의 싸움으로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조정했다.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자회사 1년 무엇이 변했나' 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자회사 1년 무엇이 변했나' 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발제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자회사 변환 이후 파리바게뜨의 기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자회사 생활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 56점 정도였다. 인력부족과 연동된 노동강도가 가장 낮은 점수(48점)를 받았고, 노동시간(51.7점), 임금수준(49.8점)도 평균 이하였다. 자회사 전환 뒤에도 기사들 임금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장시간 노동도 개선되지 않았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파리바게뜨의 43% 매장이 탈의공간이나 휴게공간이 모두 없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500명의 설문조사 응답자 중 6개월 사이에 관리자나 점주로부터 폭행 당했다는 응답자가 5명 있었고, 점주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력 당했다는 응답도 532명 중 23명(4.3%)이 있었다. 

특히 지난해 파리바게뜨 기사 임신경험자 14명 가운데 7명이 자연유산 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났다. 파리바게뜨에는 여성 제빵기사나 카페기사 70% 이상이 여성이다. 점심시간 없이 일하거나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린 사례도 언급됐다.

발제가 끝나자 가맹점주 협의회 측 참석자들은 “조사가 너무 노조 편향적”라고 지적했다. 특히 토론에 참석한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전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회장)은 “이 자리에 온 게 자괴감이 든다. 점포별로 적게는 월 35만원부터 110만원까지 이전보다 더 부담하고 연간 1300만원 정도 더 부담하는 가맹점도 있는데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고 말했다.

이재광 의장은 “토론 자료를 미리 봤으면 안 왔을 것 같고, ‘하루 빨리 파리바게뜨를 때려치워야겠구나’하는 생각만 든다. 노조분들이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 입장만 이야기하고 점주 입장을 생각 안 한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이재광 의장의 노조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재광 의장은 “노조 분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집안이 어려운데, 중학생이 아버지보고 유명 드랜드 패딩을 안 사준다고 학교 안가겠다고 하는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제빵 기사와 현장 기사들은 이 발언을 듣고 황당해 했다.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재광 공동의장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이에 사회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활동가는 “현재 원청인 본사가 참석을 안 한 상태에서, 기사와 가맹점주가 겨루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을과 을이 싸울 것이 아니라 원청이 부족한 인력이나 잘못된 점들을 개선해 나가도록 목소리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중재했다.

한인임 연구원도 “원청인 대기업은 이윤이 남아도는데 가맹점주 분들은 철봉에 매달려 있고 그 밑은 불지옥이다. 이런 구조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본사를 놔두고 가맹점주와 제빵사 간에 갈등이 커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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