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국농성 마무리 및 11·21 총파업 결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은 탄력근로 기간확대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는데 대해 노동계의 강력한 목소리가 담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대다수 언론이 기자회견문의 특정 대목을 왜곡해 자의로 민주노총과 정부 여당의 갈등 대립을 증폭시키는 보도를 내놨다.

동아일보는 21일자 신문에 “민노총,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오늘 총파업”이라는 기사에서 “총파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정부와 여당을 향해 ‘반노동 반민노총 정국을 조장한 정부의 불통과 오만을 확인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총파업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민노총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오늘 총파업 강행”이라는 기사에서 “민노총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반노동 반민노총 정국을 조장한 정부의 불통과 오만을 확인했다’면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담대한 투쟁의 시작을 선포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1일자 보도 내용.
▲ 조선일보 21일자 보도 내용.

급기야 석간 문화일보는 “민노총 本色 보여주는 ‘x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주장”이라는 사설에서 “조합원 80만 명을 넘는 조직의 책임자들이 사석도 아닌 국민을 향한 자리에서 ‘개’ 운운한 것은 조직의 격(格)을 보여준다”며 “누군가를 ‘개’로 지칭했는데, 그 대상이 문 대통령이나 현 정부인지, 여당인지, 아니면 보수 세력인지 분명하지 않다. 국민 앞에서 함부로 말한 것을 보면 국민을 그렇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문화일보는 “어느 경우든 본질은 마찬가지다. 무슨 욕을 먹어도 우리 식대로 간다는, 안하무인의 오만한 행태를 드러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문장을 놓고 대다수 언론이 정부 여당을 향한 말이라고 하거나 해당 문장 자체를 놓고 비난하는 보도를 내놓은 것이다.

해당 문장에 대한 진실은 전문을 보면 드러난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첫머리에서 “지난 7일간 시국농성은 총파업 투쟁의 절박함과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었지만 연일 민주노총을 공격하며 반노동 반민주노총 정국을 조장한 정부의 불통과 오만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눈만 뜨면 민주노총에 대한 음해와 공격의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법을 지켜야 한다’는 하나마나한 말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라며 “정부와 집권여당의 민주노총에 대한 적대적 공세 헛발질에 적폐정당 자한당 지지율은 22%까지 올랐다. 허수아비 비대위원장 김병준마저 문재인 정부에 민주노총과 결별하면 협조하겠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문장은 다음에서 나온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재벌과 한편이 되기 위해 노동자에게 등을 돌리자 자본과 보수수구언론, 자한당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재벌임에도 또다시 재벌 앞에 무너지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악과 탄력근로 확대는 재벌개혁 포기선언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적대적 공격은 재벌청부입법에 나선 자신의 민낯을 가리기 위한 교활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정부·여당 인사가 내놓은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성 발언도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를 빌미 삼아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는 내용에 가깝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이 정부여당과 보수언론, 자유한국당을 모두 싸잡아 비난하는 말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민주노총과 정부 여당의 갈등을 부각시키기 위해 언론과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난은 쏙 빼놓고 보도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누구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말을 두고 임종석 비서실장을 겨냥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민주노총을 때려잡으려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에 대한 내용을 얘기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반민주노총으로 몰아가려는 내용은 기자회견문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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