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 또 막힌 개인정보 활용”

21일 매일경제 1면 기사 제목이다. 정부가 개인정보 활용방안을 명시하고 개인정보 감독기구 독립을 추진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내놓자 매일경제는 “참여연대 보호강화 주장에 정부, 독립 규제부처 추진”이라며 “데이터 규제완화 역주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빅데이터 활용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오히려 정부의 정책이 ‘산업적 활용’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10개 시민사회단체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우리는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보호장치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와 산업의 발전은 한쪽만 먼저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11개 시민사회단체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11개 시민사회단체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시민사회는 빅데이터 연구와 활성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이야기했 듯 빵집에서 고객정보를 분석해 판매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개개인이 식별되는 정보를 기업끼리 판매하고 견제할 수 없는 데 대한 문제제기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수준에 맞는 정책을 수립한다고 강조했지만 정부안은 이에 못 미친다.

정부안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위상 강화다. 현재 행정안전부 산하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있지만 실질적인 조사와 제재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정부안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앙 행정기관으로 격상하고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인정보보호기능을 흡수하게 된다.

서채완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변호사는 “그러나 이 법이 대통령 공약대로 개인정보 보호감독기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GDPR은 “감독기관의 완전한 독립”을 명시했지만 정부안은 △대부분의 업무를 국무총리가 감독하고 △신용정보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권한이 유지되고 △위치정보와 관련한 방통위의 권한이 유지되고 △시민단체·소비자단체의 위원 추천권을 없애고 공무원을 위원으로 선임하게 하고 △모든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 사실상 정부가 규제완화를 추진하면 견제할 수 없는 구조다.

오병일 활동가는 정부의 ‘가명정보 활용’ 정책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개인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없다는 원칙의 예외로 가명정보 개념을 신설하고 산업적 연구 목적의 활용을 허용하는 개인정보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가명정보끼리 결합하면 개인이 특정될 위험이 있고, 산업적 목적의 연구 활용의 위험성이 크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정부안은 가명정보의 활용 가능한 범위로 ‘새로운 기술 제품서비스의 개발’을 규정했는데 이는 학술연구로만 대상을 제한한 GDPR보다 느슨하다.

오병일 활동가는 “연구의 성격을 평가하는 매커니즘이 없고 연구 범위를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도 없다”며 “통신사가 포털에 고객분석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겠다며 개인정보를 요청하면 가명처리 후 허용하게 되고 기업끼리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적 연구 명목으로 보험사, 카드사, 포털사, 통신사 등이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서로에게 건넬 수 있고, 은밀하게 거래되는 과정에서 가명정보가 결합되면 개개인의 병력 등 민감한 정보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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