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가 언론사를 직접 만들어 운영한 사례가 드러났다. 기업이 홍보대행사를 거쳐 언론사에 돈을 지급하고 광고기사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홍보대행사가 직접 기사를 만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동산 분야 전문 인터넷언론사 A매체는 지난 9월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제휴심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 언론사는 부동산 분야 홍보대행사인 B업체와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 A매체는 홍보대행사 B업체가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언론사다.

A매체는 “현금부자 이리 많았나? 대출 안 되도 17억 아파트 잡기 열풍” “신분당선의 가치는 얼마일까?” 등 정보를 전달하는 식으로 기사를 쓰면서 특정 업체의 부동산 분양 소식을 노출하고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문제는 이 매체가 포털 제휴를 통과한 이후인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작성한 기사 가운데는 모회사인 홍보대행사 B업체 홈페이지에 소개된 ‘고객사’에 대한 홍보성 내용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A매체 기사에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 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의 분양 단지를 소개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들은 B업체의 고객사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A매체는 부동산 홍보대행사 B업체가 모회사인 것과 사무실을 함께 쓰는 건 사실이지만 기사와 광고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매체 관계자는 “대가성 있는 기사를 송고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기사는 직접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며 광고서비스는 정당하게 대가를 받고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A매체 관계자는 “(돈을 받은 경우는) 광고와 달리 ‘콘텐츠형 광고’로 운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광고의 경우 콘텐츠의 상단 또는 하단에 ‘***건설로부터 의뢰 받아 작성한 콘텐츠’라고 쓰고 있다. 노출 페이지 및 채널도 별도로 송출해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구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홍보대행사 B업체 제안서.
▲ 홍보대행사 B업체 제안서.

홍보대행사가 언론사를 창간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당사를 설립할 때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며 “소비자에게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각의 뉴스를 전달한다면 좋은 언론이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9월 B업체가 작성해 배포한 PR 제안서에는 A매체의 해명과 달리 A매체의 기사를 이용한 홍보 방안이 언급돼 있다. 해당 제안서는 “입지적 가치부터 상품적 가치까지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한다고 소개하며 ‘네이버〮다음 포털사이트 메인뉴스 큐레이션’을 언급하고 여기에 A매체에 이름을 썼다.

예시로 나온 기사들은 “실수요 부동산시장 진단, 원도심으로 향하는 시선” “전매제한 앞둔 지방광역시, 막차 수요 몰릴까?” “실거주하면서 투자가치도 높일 수 있는 그 곳!” “4분기 지방 5대광역시 재건축∙재개발 분양시장은 어떨까?” 등이다. 해당 기사들은 A매체의 해명과 달리 광고 명시 없이 광고가 아닌 일반 기사로 노출된 상태다.

금전적 대가를 통한 기사작성행위는 지금껏 저널리즘 황폐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앞서 △종합일간지, 경제지 등 신문에 10만~30만원을 지불하고 건당 홍보 기사를 쓰고 △기업에 부정적인 이슈를 밀어내기 위한 클러스터링 밀어내기 홍보기사를 작성하고 △언론사에서 기업에 홍보기사를 작성하는 연 단위 계약을 제안한 사실 등이 드러난 바 있다.

이번처럼 홍보대행사가 언론매체를 운영하는 사례가 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저널리즘 황폐화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홍보대행사가 언론을 소유하는 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소유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차원에서도 소유구조 자체에 대한 제휴 심사를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실제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고, 이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모니터링과 제재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제휴평가위는 돈을 받고 쓴 기사인 ‘애드버토리얼’도 허용하는 식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제휴평가위 자체를 재구성해 시민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거듭하게 하는 방안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