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부지에 활동성 단층이 존재하는지를 조사한 방식이 잘못이라는 지질학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희권 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교수는 20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허가처분 취소 청구 소송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린피스와 시민 559명이 2016년 9월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소송엔 원안위(피고) 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도 피고 소송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부지를 중심으로 반경 8km 이내에 있는 단층 및 추정단층에서 시료를 채취해 연대측정을 했다.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50만 년에 2회 이상의 지진(활동성 단층)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2회 이상의 지진이 확인되면 이곳이 활동성 단층대로 보고 원전을 지어서는 안 된다. 한수원이 제출한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를 보면 단층을 조사한 결과 활동성 단층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조사 방식에 있었다. 한수원이 제출한 보고서엔 단층에서 채취한 시료의 연대측정을 대부분 K-Ar(칼륨-아르곤), Rb-Sr(루비듐-스트론튬) 방식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식은 방사성동위원소의 반감기로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주로 수천만년 전에 있었던 암석의 형성 시기를 감지할 수 있으나 수십만년 이내에 발생한 지진은 전혀 감지할 수 없다. 오히려 5만 년에서 200만 년 사이의 지진 여부는 ‘전자회전공명(ESR)’ 방식으로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구조지질학자이며 국내에서 연대측정 분야의 전문가이다.

이희권 교수는 한수원측 변호사가 ‘지질전문가들의 종합적인 검토에 따라 위의 단층비지을 따라 부서진 시료 지점이 오래된 단층인 단층암으로 판단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래된 단층에 적합한 K-Ar, Rb-Sr 방법으로 연대측정을 진행한 것은 적절한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단층비지란 단층활동의 결과로 암석 등이 부서져 생긴 점토를 말한다)

▲ 지난해 11월1일 오후 환경방사선 탐지훈련 중인 헬기에서 바라본 한수원 새울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1일 오후 환경방사선 탐지훈련 중인 헬기에서 바라본 한수원 새울본부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 교수는 “눈으로 봐서 오래됐다고 판단된다면 연대측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아르곤 스트론튬 방식 등으로 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데이터를 보면 수천만년 전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50만 년 전 것을 측정하려면 이에 맞는 연대 측정방법을 써야 한다. ESR 방식으로 해야 한다. 지금 조사한 것은 ‘너무 큰 자로 작은 것을 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활동성 단층 확인하기 위해서는 ESR 측정방법을 써야 한다는 말이냐’는 재판장 질의에 이 교수는 “그렇다. 루비듐-스트론튬 연대 측정 방식으로만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ESR’ 방식으로 측정했어야 할 부분을 두고 이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부지와 가까운 단층으로 추정되는 두 곳(KR-10~KP-9, KOR509)을 지목했다. 그는 “이 곳은 단층이 지나간 부분으로 보이는데, 루비듐-스트론튬 방식으로 측정했다”며 “ESR로 활동성 단층인지 연대측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 9월12일 경주지진 이후 경상분지 단층을 대상으로 활동성 단층이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이 교수는 “현재에도 트렌치 조사(굴착:땅을 파서 하는 조사)를 하고 있다. 네 지금 일부는 (활동성 단층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 확인됐다. (아직) 활동성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4기 지층(신생대 4기:250만 년부터 현재까지)이 발견됐고, 4기 지층을 절단한 단층이 발견됐다. 연대측정이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2월27일 최종 변론기일을 연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희권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희권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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