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9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농단 사건 등을 보도한 기자들을 해고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마이뉴스는 20일 오후 “지난 2016년 8월 말부터 9월 초 청와대 고위 인사가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소속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표를 받으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국정농단 취재·보도 방해 등의 혐의로 TV조선 간부 등을 고발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 오마이뉴스는 20일 오후 “지난 2016년 8월 말부터 9월 초 청와대 고위 인사가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소속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표를 받으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화면 캡처
▲ 오마이뉴스는 20일 오후 “지난 2016년 8월 말부터 9월 초 청와대 고위 인사가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소속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표를 받으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화면 캡처
이 보도에 따르면, 2016년 8월 말부터 9월 초 청와대 고위 인사가 방 사장에게 해고를 요구한 조선일보·TV조선 기자는 3명이다.

오마이뉴스는 “조선일보 기자 2명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의 부적절한 땅 거래 의혹을 보도한 기자였고 TV조선 기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취재팀을 이끌었던 이진동 사회부장이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2016년 7월18일 1면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을 넥슨코리아가 매입해줬다는 내용과 함께 진경준 전 검사장이 양측 거래를 알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도했다. 기사는 이명진 기자(현 논설위원)와 최재훈 기자가 썼다.

우 전 수석은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조선일보와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절차를 밟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이 보도에 대해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두 기자는 박근혜 청와대가 방 사장에게 소속 기자들을 해고하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에 ‘금시초문’이란 입장이다.

이명진 논설위원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런 내용을)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 당시 일하느라 바빴지 구체적 내용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최 기자도 통화에서 “(오마이뉴스) 보도는 봤는데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은 오마이뉴스에 “당시 (박근혜) 청와대에서 기자 해고를 요구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올해 3월 초 국정농단 사건을 정리한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가 나온 후 방 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방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사표 압박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당시 방 사장에게 내 책을 갖다줄 때 방 사장이 ‘압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가 거론한 시기인 2016년 8월 말~9월 초는 박근혜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대립했던 때다.

그해 9월1일 뉴데일리는 당시 여권 소식통을 인용해 2015년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 A씨가 우 전 수석에게 유영구 명지학원 전 이사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청탁을 건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8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고 송 전 주필은 조선일보를 퇴사했다.

▲ 서울교통공사 노조 조합원 50여명은 지난 1일 낮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왜곡 보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 도중 우연히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마주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서울교통공사 노조 조합원 50여명은 지난 1일 낮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왜곡 보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 도중 우연히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마주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진동 전 사회부장이 이끈 TV조선 취재팀이 청와대와 최순실 미르재단 의혹을 보도하던 2016년 8월16일에는 당시 정석영 TV조선 경제부장(현 TV조선 보도본부 부국장)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통화했는데, 정 부국장이 통화 내용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전달한 사실이 지난 7월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났다. 

이 전 총장은 정 부국장에게 “녹음파일이 공개되면 최순실·차은택이 재단 설립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히 밝혀질 것”, “안종범 수석이 신뢰를 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녹음파일이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장이 말한 ‘녹음파일’은 미르재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최순실과의 회의 내용을 이 전 총장이 녹음한 것으로 최순실 게이트 초 미르재단과 최순실 관계를 입증할 ‘스모킹 건’으로 간주됐다. 당시 미르재단을 취재하던 TV조선 기자들은 이 녹음파일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와 관련 민언련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9월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부국장을 포함한 TV조선 관계자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정농단 사태 보도를 무마하려 부적절하게 내통하고 불법적으로 거래한 의혹이 있다. 당시 TV조선 취재팀의 국정농단 사태 취재·보도를 불법으로 방해했다”며 정 부국장과 안종범 전 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지난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취재와 보도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